[김덕기]지방은행 설립 논쟁에서 읽는 불편한 진실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김덕기]지방은행 설립 논쟁에서 읽는 불편한 진실

[중도시평]김덕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2-08-14 18:28
  • 신문게재 2012-08-15 20면
  • 김덕기 편집부국장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정부의 부실 지방은행 정리방침으로 충청은행이 하나은행에 흡수합병 결정된 지난 1998년 수도권에 개설된 충청은행 모 지점에 자동차 한 대가 돌진, 시설물을 파손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지점에 근무하던 당시 30대의 행원이 소속은행의 퇴출소식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벌인 행동이었다.

1998년에 밀려온 IMF 경제위기는 국내 금융시스템의 대변혁을 가져왔다. 부실하다고 판정받은 일부 지방은행들은 문을 닫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당시 DJ정부는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사정의 칼을 꺼내들어 부실한 지방은행을 정리했다. 충청권의 지방은행이었던 충청은행과 충북은행을 비롯해 강원은행, 경기은행은 그 때 간판을 내렸다.

반면 전북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은 지금까지 간판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퇴출은행 선정에 공정한 잣대를 들이댔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정치기반이 취약한 충청과 중부권의 지방은행이 퇴출 운명을 맞이했다.

퇴출은 경영을 부실하게 한 은행의 책임이 크지만 정부가 제대로 가려냈느냐는 공정성 여부도 시비거리다. 각종 국책사업 선정이 정치적 결정에 휘둘리는 모습이 자주 비춰지고 요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국내 일부 저축은행들의 금융당국 퇴출저지를 위한 정치권 로비행각 등을 보면 당시 퇴출대상 선정 공정성 여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결국 대전과 충남을 기반으로 한 충청은행은 1998년 6월 하나은행에 부채외 자산인수조건으로 흡수합병됐고 충북은행은 1999년 4월 지금의 신한은행과 합쳐진 조흥은행에 합병됐다.

지방은행의 역사적 부침속에 최근들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방은행 설립의 키를 갖고 있는 충청주민들의 생각은 일단 긍정적이다. 대전발전연구원이 대전시와 충남북,세종시 주민 583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79%가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사대상의 47.6%가 ‘대전시와 충남도, 충북도, 세종시가 통합해 1개의 단일 지방은행’으로 설립해야 된다고 응답했다.

지방은행 설립문제가 12월 대선을 앞둔 요즘 논의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지방은행 설립은 정치권과 중앙정부의 정책결정 및 법적,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부분이어서 대선후보들의 공약화를 통한 실현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그런 까닭에 현 시점에서 지역민의 뜻을 모아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포함시키는 노력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답답함을 주고 있다. 충청권 대선공약 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대전과 충남ㆍ북, 세종시의 충청권 4개 시ㆍ도지사가 13일 충청권행정협의회를 개최했으나 지방은행 설립문제는 채택하지 못했다. 시도지사간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공약 실현이라는 호기를 놓칠 우려를 낳고 있다.

주도권을 둘러싼 시도간 신경전이랄 수 밖에 없다. 광역경제권으로 개편되는 추세에서 충북 일부에서 나오는 단독설립안도 충청권 공동발전에 득이 될 지 따져봐야 한다. 허가권을 쥔 중앙정부에 지역여론 분열로 비춰져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허가를 유보하는 구실만 줄 수 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논의에 지방은행 역할을 자임해 온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지방은행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준엄한 꾸지람이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역할도 제대로 못하면서 지방정부 금고계약 때마다 우선권을 주장한다면 얼마나 우습겠는가? 대전시 지방정부의 금고운영권을 오랫동안 운영해 오고 있는 하나은행의 일부 수뇌부는 대전시금고를 맡지 못한다면 충청본부 산하의 그 많은 대전시내 지점과 인력이 필요치 않다며 은근 슬쩍 지방정부를 압박(?)해 왔다. 이제 주민들에겐 그런 행태도 통하지 않을 것 같다. 하나은행은 그나마 주민신뢰를 얻을 때 독립적인 지방은행 설립 대안으로 지방은행을 별도 자회사로 설립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의 중심지인 둔산동 대전시청사 앞에는 지방은행과 지역대학 치과병원이 아닌 타 지방은행과 타 지방대 치과병원의 간판만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이게 지역의 현주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