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에서도 산들바람에 가녀리게 흔들리는 낯익고 귀여운 풀이 있다. 강아지풀이다. 어느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지만 강아지처럼 귀엽다. 우리 선조들의 이름짓기는 언제 보아도 새롭다. 모든 주변사물에 붙인 이름을 보면 그 쓰임새나 생김새가 금방 떠오른다. 세상 어디에도 이러한 기능성과 실용성을 갖춘 이름은 없다. 그 생태와 특성을 꼭 집어 낸 이름이다. 풀이 얼마나 귀여웠으면 강아지라고 했을까? 강아지풀은 그 생김새도 그렇지만 만져보면 그렇게 탐스럽고 부드러울 수가 없다. 그런 강아지풀로 많은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강아지풀을 따서 고이 자고 있는 누이의 코나 귀를 살짝 간지린다든가, 친구몰래 목이나 겨드랑이 등을 간질이면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깜짝깜짝 놀라면서 서로 박장대소를 했다. 끝이 떨어지지 않게 반으로 잘 갈라서 코에 붙이면 멋진 카이젤 수염이 되었다. 수수깡안경에 강아지풀 수염을 붙이면 그보다 더 한 멋쟁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풀속에서 뿐만아니라 웅덩이에 가면 물방개가 있었다. 물방개는 매우 인기가 있었다. 큰 물방개는 두가지가 있었는데, 배의 생김새가 보리처럼 누렇고 탐스럽게 생긴 보리방개와 배부분이 새가슴처럼 날카롭게 튀어나오고 검은 빛을 띠는 '쌀방개(물땡땡이)'가 있었다. 그 가운데 보리방개가 인기가 있었다. 물웅덩이에서 물방개를 잡으면 뛸 듯이 기뻐했다. 물방개를 물이담긴 고무신이나 깡통, 세수대야에 넣고 헤엄치는 것을 보다가 놓아주곤 했다. 그런데 이 물방개는 구석쪽으로 숨어 들어가는 생태적 습성이 있었다. 그래서 물방개를 야바위꾼들이 그들의 놀음에 활용하기도 하였다. 세숫대야처럼 둥그렇고 얕게 만든 물통의 가장자리 쪽에 여러개의 칸막이를 해놓고 그 위에 껌, 과자, 사탕 등을 올려 놓는다. 물방개를 국자로 떠서 한 가운데 놓으면 헤엄쳐서 가장자리 칸막이 가운데 한곳으로 가게된다. 그러면 그곳의 상품을 받는 식이었다. 그런데 물방개는 상품이 없는 빈곳으로 헤엄쳐 들어가기 일쑤였다. 지금도 아이러니하다.
어쨌든 강아지풀로 코끝이나 귓속을 간질여 재채기를 했던 일, 물방개를 가지고 헤엄쳐 멀리가기 시합을 했던 일 등을 떠올리며 무더위를 이겨보자.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