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종현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
지구촌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은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 대 국가, 혹은 지자체 간에 자매결연 및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자매도시는 문화교류나 친선의 범주를 넘어 지역사회의 동반성장을 지향한다. 미국 대통령 DD 아이젠하워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워지자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세계 여러 도시와 협약을 맺었던 것이 오늘날 자매도시의 근간이 되었다. 이는 국수주의에 물들어 자칫 정체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주입함으로써 세계중심국의 자리를 지키는 버팀목이 되었다.
우리 지역 또한 호주 브리즈번시를 비롯해 세계 11개국 12개 도시와 자매결연을 체결했고, 9개국 12개 도시와 우호협력을 맺어 왕성한 교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투자 및 기업유치 효과는 오늘날의 대전경제를 이끄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달 호주 브리즈번시와의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해 현지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경제 및 과학기술, 음식산업, 문화관광, 교육훈련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여 상생발전을 위한 장밋빛 청사진을 구축했다. 특히, 대전 특성화고 학생들의 전문적인 교육훈련과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글로벌인재 육성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 지역은 정보통신(IT), 바이오(IB), 첨단소재산업, 메카트로닉스산업 등 4대 전략사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또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융합, 고부가 서비스 및 숙련 제조업 분야는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필자는 호주 브리즈번 비즈니스 포럼 공식석상에서 내빈들에게 대전이 지닌 경제적 장점을 소개하며 국제도시로서의 잠재력을 어필했다. 스티븐 테잇(Stephen Tait) 퀸즐랜드주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후 면담에서 비즈니스 교류를 위해 오는 10월 브리즈번시 대표단과 함께 대전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이와 같은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행정서비스의 세심한 지원과 함께 민(民)과 관(官)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일반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국제도시를 향해 한층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성공한 기업인이나 지식인들이 사회봉사를 실시함에 있어서 자신의 비용과 시간을 지불한다는 생각보다, 지식과 경험을 지원한다는 생각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며, 글로벌도시를 꿈꾸는 대전의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국제교류 과정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논어 자로(子路)편에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同)'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타인과 두루 어울리며 가까우면서도 자신의 주관과 소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공자의 말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 전 세계가 마치 하나의 마을과 같다는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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