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은남 경제부 기업유통팀 부장 |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등 과학기술관련 정부부처를 없애고 2011년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정책 수립에서 예산의 배분과 조정에 이르는 총괄적인 기능을 하는 국과위를 대통령 상설행정위원회로 출범했다.
국과위에 부여된 역할로 인해 폐지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대신해 국가과학기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도연 국과위 위원장도 강연이나 사석 등에서 “국과위를 영어로 발음하면 '굿가이(Good Guy)'가 된다. 외국사람들로 쉽게 알아듣고 좋아한다”며 “과학기술계의 굿가이가 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요즘 뜨는 싸이의 '오빤 강남스타일'이란 노래가 특이한 말 타기 춤과 더불어 '오빤 강남스타일'이 일본에서는 '가슴이 건담 스타일', 영어권 나라에서는 '오픈 콘돔 스타일(Open Condom Style)'로 들려, 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출범 2년째인 국과위는 요즘 '굿가이'가 아니라 '굿바이(Good Bye)' 대상인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원식에 참석, 과학벨트의 성공추진을 이야기하면서 과학벨트의 중추기관인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과학자들의 꿈의 연구소로 만들겠다고 했다.
실질적인 과학벨트 사업의 첫발을 내딛는 내년, 국과위가 조정ㆍ배분한 과학벨트관련 예산을 보면 MB 정부의 과학기술계 최대 역작인 과학벨트가 과학분야 MB 정부 최대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꿈의 연구소가 아닌, 절망의 연구소가 될 수 있다.
과학벨트 부지매입비를 아예 배제하고 애초 과학벨트기본계획에서 밝힌 내년도 7900억원의 과학벨트 예산을 2629억 원으로 배정하는 등 국과위는 과학기술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국격을 높이고 국부 창출하는 과학기술비전이라는 목표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최근 '통합형 혁신정책 구현을 위한 국과위의 역할과 과제' 보고서에서 국과위가 위상이 낮고 최고정책결정자의 관심이 적을 뿐만 아니라 기관 위상은 장관급 행정위원회에 머물러 정부 내 R&D 기획ㆍ조정기능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편성과정에서도 그대로 노출됐다. 과학벨트 사업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가 매입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70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국과위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대전시도 부지매입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국과위는 기재부의 눈치를 보며, 부지매입비 예산을 아예 배제한 것이다. 과학기술기본법 12조2의 7항에 '기획재정부장관은 정부 재정규모 조정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원회의 검토ㆍ심의결과를 반영해 다음 연도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국과위는 이를 포기하고 기재부의 손을 들어줘 결과적으로 국과위가 경제부처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국과위의 한계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단적으로 국과위는 지난해 18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단일법인화하는 정부의 출연연법 개정안을 추진, 현장의 반발에 부딪혀 18대 국회 마감과 더불어 자동폐기됐다. 연구원들은 연구실을 떠나 거리에서 개정안 반대를 외쳐야 했으며, 연구현장을 혼란 속으로 빠트렸다.
국과위는 현장 연구원들의 80%가 반대해 자동폐기된 출연연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다시 입법예고하고 19대 국회통과를 노리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계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정권 말 다시 출연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차기정부에서 국과위의 위치를 다지기 위한 법률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권 초기가 아닌 정권 말기에 국내 과학기술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법안을 상정, 연구현장은 또다시 혼란 속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미 각 당의 대선후보들도 MB 정부의 지난 4년간 과학기술계를 진두지휘할 부처가 없어 국내 과학기술계가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과학기술부 부활 등을 공약하고 나선 가운데 국과위의 이런 모습은 자리보전을 위한 행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책임감 없는 국과위는 과학기술계 굿가이가 되려 했지만 점차 과학기술계 굿바이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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