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바늘같이 꼿꼿한 가시가 부드럽다'는 말이니 다 제 자식이 잘나고 귀여워 보인다는 의미다. 솔직히 말하자. 정말 그럴까. 자식을 부담스러워하고 불행하다고 여기는 어머니는 과연 없을까. 영화는 우리가 안다고 믿는 모성신화를 난도질하면서, 그렇다고 어머니 탓에 케빈이 '악마'가 됐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가족의 사랑과 이해 부족이 악마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안일한 생각인지, '케빈에 대하여'는 알고 있다. 틸다 스윈튼의 공허한 눈빛은 시련이 힘겨운 그녀의 내면을 실감나게 전해준다. 영화에선 누구도 케빈에 대해 말하지 않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케빈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대전아트시네마.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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