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금보다 귀한 얼음을 훔쳐라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금보다 귀한 얼음을 훔쳐라

조선 팔도 달인들의 '서빙고 털기' …조선판 오션스 일레븐 감독:김주호 출연:차태현, 오지호, 민효린, 성동일

  • 승인 2012-08-09 14:13
  • 신문게재 2012-08-10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좌의정은 금보다 더 귀하다는 얼음의 독점판매권을 쥐려 한다. 우의정이 방해가 되자 그의 서자 이덕무를 음모에 빠뜨리고 우의정은 아들을 살리려 귀양길에 오른다. 덕무는 좌의정을 응징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이덕무는 조선 정조대왕 시대의 실학자. 서자 출신으로 가난했지만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 서이수 등 당대 인재들과 어울렸고, 대왕이 규장각을 설치할 때 검서관에 임용돼 서적 편찬을 도와 조선 후기 문예중흥을 이끈 인물이다. 처남 백동수와 『무예도보통지』를 낸 걸 보면 무예에도 제법 조예가 깊었던 모양이다.

드라마에서 반듯한 무술청년으로 등장했던 백동수는 '조선 제일검'이다. 왜검(倭劍)을 조선에 전한 김체건의 아들 김광택에게 무예를 배웠다고 한다. 같은 서자 출신인 매형 이덕무와 각별한 사이였고, 그와 『무예도보통지』를 쓰면서 24반 무예를 직접 시연했다는 기록을 보면 검술뿐 아니라 각종 무기, 무술에 능했던 듯 싶다.

영화를 소개하다 말고 웬 위인전?, 할지 모르지만 이들을 소개한 까닭은 이 두 사람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이덕무(차태현)와 백동수(오지호)는 조선 팔도의 내로라하는 달인들을 모아 금보다 더 귀하다는 서빙고의 얼음을 턴다. 조선판 '도둑들' 혹은 '오션스 일레븐'인 셈이다.

사극 코미디답게 넉살이 있고 해학이 있고 풍자가 있다. 정통에 퓨전이 섞이고 로맨스에 활극도 있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보는 맛이 톡톡하다. 한양 최고의 돈줄 수균(성동일)을 물주로 땅파기의 달인 석창(고창석), 폭탄 제조의 달인 대현(신정근), 변장술의 달인 재준(송종호), 총알배송 마차꾼 철주(김길동), 해녀 출신의 잠수 달인 수련(민효린), 유언비어의 원조 난이(김향기), 아이디어 뱅크 정군(천보근) 등 연기파 조연진들이 빚어낸 개성 만발 캐릭터들이 웃음꽃을 피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보다 많은 캐릭터의 향연이다.

배우들이 가진 기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다. '매사 긍정적인 개구쟁이' 차태현은 말할 것도 없고, 오지호에게선 '추노'의 송태하가 어른거린다. 고창석, 성동일, 신정근 등 조연은 범상치 않은 외모에 약간의 분장을 더해 폭소급 웃음을 제조한다.

조선판 '오션스 일레븐' 혹은 '도둑들'은 좌의정을 몰락시키기 위한 서빙고 털기에 나서고 거사가 이뤄질 찰나 위기상황을 맞는다. 과연 이들은 방해물을 제거하고 얼음을 훔쳐낼 수 있을까.

그동안 사극들이 주로 다뤄왔던 구중궁궐 권력 암투라는 식상한 소재 대신 '얼음전쟁'이란 독특한 소재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독특한 소재만큼 에피소드들이 흥미롭지도 기발하지도 않다. 익숙한 흐름에 적당한 온도에서 웃음을 주고, 예상 가능하게 진행되다가 약간의 반전을 곁들이는 식이다. 너무 밋밋하고 산만하달까. 뭐 지금 같은 짜증나는 폭염 더위에 3만정의 얼음이 쌓인 '서늘 오싹'한 저장고를 보는 게 어디냐, 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1.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2.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3.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4.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5.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