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무는 조선 정조대왕 시대의 실학자. 서자 출신으로 가난했지만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 서이수 등 당대 인재들과 어울렸고, 대왕이 규장각을 설치할 때 검서관에 임용돼 서적 편찬을 도와 조선 후기 문예중흥을 이끈 인물이다. 처남 백동수와 『무예도보통지』를 낸 걸 보면 무예에도 제법 조예가 깊었던 모양이다.
드라마에서 반듯한 무술청년으로 등장했던 백동수는 '조선 제일검'이다. 왜검(倭劍)을 조선에 전한 김체건의 아들 김광택에게 무예를 배웠다고 한다. 같은 서자 출신인 매형 이덕무와 각별한 사이였고, 그와 『무예도보통지』를 쓰면서 24반 무예를 직접 시연했다는 기록을 보면 검술뿐 아니라 각종 무기, 무술에 능했던 듯 싶다.
영화를 소개하다 말고 웬 위인전?, 할지 모르지만 이들을 소개한 까닭은 이 두 사람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이덕무(차태현)와 백동수(오지호)는 조선 팔도의 내로라하는 달인들을 모아 금보다 더 귀하다는 서빙고의 얼음을 턴다. 조선판 '도둑들' 혹은 '오션스 일레븐'인 셈이다.
사극 코미디답게 넉살이 있고 해학이 있고 풍자가 있다. 정통에 퓨전이 섞이고 로맨스에 활극도 있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보는 맛이 톡톡하다. 한양 최고의 돈줄 수균(성동일)을 물주로 땅파기의 달인 석창(고창석), 폭탄 제조의 달인 대현(신정근), 변장술의 달인 재준(송종호), 총알배송 마차꾼 철주(김길동), 해녀 출신의 잠수 달인 수련(민효린), 유언비어의 원조 난이(김향기), 아이디어 뱅크 정군(천보근) 등 연기파 조연진들이 빚어낸 개성 만발 캐릭터들이 웃음꽃을 피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보다 많은 캐릭터의 향연이다.
배우들이 가진 기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다. '매사 긍정적인 개구쟁이' 차태현은 말할 것도 없고, 오지호에게선 '추노'의 송태하가 어른거린다. 고창석, 성동일, 신정근 등 조연은 범상치 않은 외모에 약간의 분장을 더해 폭소급 웃음을 제조한다.
조선판 '오션스 일레븐' 혹은 '도둑들'은 좌의정을 몰락시키기 위한 서빙고 털기에 나서고 거사가 이뤄질 찰나 위기상황을 맞는다. 과연 이들은 방해물을 제거하고 얼음을 훔쳐낼 수 있을까.
그동안 사극들이 주로 다뤄왔던 구중궁궐 권력 암투라는 식상한 소재 대신 '얼음전쟁'이란 독특한 소재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독특한 소재만큼 에피소드들이 흥미롭지도 기발하지도 않다. 익숙한 흐름에 적당한 온도에서 웃음을 주고, 예상 가능하게 진행되다가 약간의 반전을 곁들이는 식이다. 너무 밋밋하고 산만하달까. 뭐 지금 같은 짜증나는 폭염 더위에 3만정의 얼음이 쌓인 '서늘 오싹'한 저장고를 보는 게 어디냐, 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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