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성해 (주)바이오뉴트리젠 대표 |
미국에서 18년, 국내에서 27년 정도의 세월을 회사 연구실험실에서, 교수로서, 국가연구기관에서 보내다 보니 어느새 불혹의 나이가 되었고 뒤돌아보면 재미있는 연구 에피소드도 남아 있다.
한창 젊은 나이에는 미생물 한 분야에 도취해 미국 유학을 결심했고 특히 토양미생물에 빠져 전 세계 흙을 채집하느라 여러 나라 땅의 흙을 몰래 국내로 들여오던 일도 생각난다. 1976년 박사 후 미국에서의 연구생활을 접고 1987년 우리나라 연구기관에 유치과학자로 초빙돼 '무공해 미생물농약' 및 '심장병 예방용 신물질' 개발에 매진했다. 그 후 '심장병'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무공해농약 개발을 포기한 후 전 세계 흙을 찾아 헤맸고, 그 속에서 수많은 미생물을 분리해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주는 물질을 찾기에 전력했다.
새로운 물질을 많이 찾았지만, 독성이 많아 고민하고 있을 당시 우연한 기회에 '소설동의보감'을 읽게 되었는데 그것에 많은 호기심이 생겨 약용식물ㆍ한약소재 연구에 관심을 갖게 돼 미생물 분야 일은 접게 되었다. 그러던 중 비만증, 심장병 예방 소재를 찾아 나섰는데 동의보감에서 좋은 평이 있던 솔잎과 솔잎 추출물을 직접 먹어보다가 죽을뻔한 사고도 있었다.
당시 너무 독해서 며칠 사이에 심장기능, 간 기능에 해가되는 증상이 나오고, 혈압이 100~180되는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한의사나 양의사를 찾을 수 없어 결국 식물추출물 복합제를 스스로 만들어 2개월간 복용한 결과 건강을 되찾는 경험을 했다. 연구 열기는 이것으로 중단할 수 없었기에 식물탐색을 계속했다. 특히, 연구할 때 쓰이는 연구재료를 직접 내 몸에 투여해 반응을 보는 버릇이 있는데 당시 연구비도 적고, 임상시험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또 나와 일하는 젊은이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모험을 하지 않기에 직접 내가 먹어보면서 그렇게 연구를 했다.
한국인에게 많은 간 질환의 예방 개념으로 간 기능 개선제를 찾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던 일이다. 간 기능개선 효과 연구를 진행하던 중 소주와 관련된 연구 여정의 시작은 오랜 벗과 만남의 자리에서 우연히 시작됐다. 하루는 학교의 교장선생이자 오랜 벗에게서 저녁을 함께 먹자는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만나 고기와 소주 몇 잔에 정담을 나누게 되었는데 어느새 둘이 소주 5병을 비웠다. 내가 2~3병을 비웠을 텐데 취기는 기분이 꽤 좋은 정도였다. 평소 나의 소주 주량은 1병이면 취하기에 족했다. 앞에 앉아있는 친구는 벌써 대취한 상태여서 부랴부랴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 막상 헤어지려하니 친구가 술을 더 먹자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붙들려가서 양주 큰 병 하나 시켜 놓고 보니 그것도 내가 3분의 2 정도 비우고 친구는 조금밖에 못 마셨다. 늦게 집에 와서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술을 마신지 4시간 정도 지났는데, 머리가 맑고 깨끗해 아무 숙취증상이 없어서 이상한 생각이 들어 마침 집에 가져왔던 알코올 측정기로 불어보니 0%였다. 깜짝 놀라 다시 연구실에서 원료를 더 만들어 친한 친구 5명을 저녁에 불러낸 후 식사 대접을 했다. 물론 나의 비밀 병기인 알코올 해독제를 먹인 후였다. 이 친구들도 다음날 전혀 숙취가 없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었다는 반응들이었다. 이런 결과를 얻은 후 나는 본격적으로 술 해독제 개발ㆍ개선에 나섰고 전 세계 곳곳 전시회에 다니며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시험으로 먹여보고 반응을 관찰하는 연구를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과학적인 호기심 덕분에 만들어낸 'JBB20'을 현재 EU에서 임상실험을 완료하고, 러시아ㆍ중국ㆍ미국 등에 퍼져나가고 있고 러시아에서는 'Fandetox'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한가지 결점은 JBB20을 먹으면 술을 더 많이 먹게 되는 결점이 있지만(해독작용이 지속), 건강에는 혈중지질개선, 지방간개선, 혈압 등 모든 면에 긍정적인 반응을 주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간질환, 알코올 중독증이 전 세계에 만연하고 있는 이때 조금이나마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연구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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