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인중 기자 |
협회는 그동안 여성창업지원센터 및 여성창업 상담실, 여성창업 보육센터 설치ㆍ운영과 여성창업 강좌개설 등 여성의 창업 지원과 여성 기업ㆍ경제인을 위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충남지회는 올해로 창립 13돌을 맞아 대전지회와 충남지회로 분리했다. 그 중심에는 2010년 1월 제5대 회장으로 취임해 협회를 3년째 이끌고 있는 김숙현 대전지회장이 서 있다. 현재 대전에 있는 임페리얼트레이딩(황실유럽자수) 대표를 맡고 있는 김 회장은 한 가정의 주부ㆍ아내이자 어머니, 한 기업의 사장, 한 기관(단체)의 수장으로 '1인 4역'을 수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맨주먹으로 시작한 십자수를 국내에 보급하는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김숙현 회장. 그를 서구 만년동 황실유럽자수 본사에서 만나, 20년 십자수 인생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와 관련된 소회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달 26일 오후 서구 만년동 거상빌딩 5층 황실유럽자수 사무실. 김숙현 회장은 밝은 미소로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십자수와 생활자수 작품을 만드는 기업답게 사무실에는 다양한 작품들로 가득했다. 벽에 걸린 십자수 작품들은 마치 작품 전시회장으로 착각할 정도로 많았다. 김 회장은 이 모든 작품들은 수작업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십자수는 정성과 땀이 묻어 있는 작품이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 그런 만큼 가격을 환산할 수 없어 십자수 작품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김숙현 회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십자수를 한 지난 20년 동안 너무 행복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십자수로 나의 일에 언제나 만족한다.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 맨주먹으로 일궈낸 '십자수 성공신화'
김 회장은 1962년 2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나 호수돈여중ㆍ고와 한남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고려대 행정대학원(최고관리과정)을 졸업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학창시절부터 그림그리기 등 미술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으며 중학교 시절 미술선생님의 권유로 미술과 인연을 맺게 됐다.
학창시절부터 그의 '십자수 인생'전초전은 시작된 것일까.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학교 졸업 후 남편을 따라 간 필리핀에서 십자수 사업을 하는 계기가 됐다.
-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가 처음에는 누가봐도 '무식'하게 사업을 시작했고, 미친듯이(?) 사업을 했어요. 당시 국내에는 십자수를 하기 위한 바늘조차도 없었거든요. 필리핀에서 생활 중 배운 십자수를 국내에 접목시킬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1993년 도청 앞 지하상가에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냈습니다. 창업 당시에는 돈을 따라가려고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빠지게 됐죠. 십자수 일이 너무 재미가 있어 몰입하게 된거죠. 치과대학을 나온 남편도 제가 하는 일을 도와주었죠. 그게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 십자수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황실유럽자수는 작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고, 전국의 대리점에 십자수 재료를 공급하는 기업이죠. 사람들이 취미생활로 십자수를 할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하는 곳이었습니다. 국내에는 십자수 재료가 전무하다 보니 프랑스 업체에서 직수입을 했는데, 이 기업은 2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었죠. 당시 십자수가 인기를 끌면서 사업을 시작한지 몇해 되지 않아 전국의 대리점은 크게 늘었고, 지금도 약 600개의 대리점이 영업중입니다. 이제는 국내 십자수시장을 늘리는 것보다는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창업 초창기인 1994년 프랑스에 있는 협력업체 매장에서. |
“십자수로 연예인 등 사람의 얼굴이나 사물을 그림과 똑같이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내력이 필요하지요. 이로 인해 완성된 작품은 팔지 않습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으니까요. 십자수는 정서 안정에 좋아 여성들이 하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아요. 고등학생을 둔 주부는 아이를 기다리면서 십자수를 놓다보면 지루하지 않고, 아이가 공부하는 동안 곁에서 십자수를 놓을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은 것 같아요.(웃음)”
- 연간 매출이 많을 때는 어느정도 였는지 궁금합니다.
“2000년대 초반으로 기억이 되는데요. 그 당시 연간 최고 200억원까지 매출을 올리기도 했어요. 주변에서도 깜짝놀랐죠.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매출이 많이 줄었어요.”
- 사업을 하면서 가정에서 엄마와 부인의 역할을 하다보면 힘드신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남편과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이야기를 합니다. 때문에 앙금이 없어요. 이야기를 할 때에는 언제나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를 하죠. 지금은 남편도 제 스케줄에 맞추는 편이죠. 남편은 부인이 하는 일에 '태클'걸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해요.(웃음)”
#. 회장 취임 3년 “여성기업지원센터 확장 이전 가장 기억에 남아”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1999년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특별법인으로 설립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대전 등 전국 14개 지역에 지회를 두고 있으며, 해마다 여성경제인의 날 행사를 통해 우수 여성기업인을 발굴,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등 많은 포상을 하고 있다. 더불어 중소기업청 위탁사업으로 여성 가장 창업자금도 지원하고, 여성 기업 종합지원센터를 통한 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충남지회가 지난달 대전지회와 충남지회로 분리됐는데요. 무엇이 달라지게 됐나요.
“이제 올해 말이면 도청도 이전하게 되고…. 그동안 충남의 회원들이 13년 동안 먼 거리인 대전을 오갔습니다. 경우에 따라 너무 멀어서 협회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하지 못한 분들이 이제 많이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뭉쳐야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아쉽지만, 제조업이 많은 충남과 서비스업이 많은 대전이 앞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은 열심히 채워야 한다고 봅니다.”
-2010년 신임 회장 취임식이 엊그제 같은데요. 어느새 3년 가까이 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협회 사무실과 여성기업지원센터를 세를 들어 살다가 매입해 확장 이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협회로서도 가장 큰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화가 40여 분께 부탁해서 작은 그림전을 열고, 그 수익금으로 여성 가장을 도왔던 일. 또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고, 더 많이 확산되었으면 하는 일중에 하나가 '생일기부'인데요. 회원중에 생일 맞은 사람을 위해 일정금을 기부하고 그 기부증을 모아 여성가장을 돕는 일입니다.”
- 여성 경제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과, 기업 현장에서 여성기업인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성들은 시작부터가 남성들과 평등하게 사업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가정에서 보더라도 남편 먼저, 그리고 여건이 허락되면 여성이 할 수 있는 사회 풍토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금도 부족하고, 안해도 그만이니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모든 사회 문화가 아직도 남성위주가 많은 것 같아요. 여성들이 가사나 육아 때문에 항상 시간에 쪼들려서 조직적인 네트워크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내용이나 업종의 질 등이 많이 열악인 것이 현실입니다. 여성들 업종을 다양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여성들도 과감히 기술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업종에도 많은 여성들이 사업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고 봅니다.”
-창업을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지역 여성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가 꼭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되 철저한 비교 분석을 통해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노하우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가 많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청과 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진흥원 등 창업을 위해 정부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 개인적인 목표가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은 사람들이 바쁘게만 살다보니 주변을 돌아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작아지고 개인주의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사업이 웰빙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자수를 통해 한땀 한땀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음미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김숙현 회장은 지역 상공인과 여성 경제인들에게 “우리는 아직도 지역이라는 단어는 알지만 마음에, 몸에 지역이라는 의미가 배어 있지 않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우리 지역 물건, 무슨 일을 하든지 지역에서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고 습관이 돼야 한다. 습관도 연습에서 나온다”면서 “의식적으로라도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지역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말을 끝맺었다.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박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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