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작은 가능성에 그쳤던 과학계의 꿈이 여러 과학자와 정부의 노력으로 과학비즈니스벨트 계획으로 태동되었고 2011년 11월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설립됐다. 기초과학연구원의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는 양성자부터 우라늄까지 각종 이온 빔을 가속해서 원소의 기원, 새로운 원소의 발견 등 핵과학연구, 재료의 물성연구를 통해 보다 나은 재료 개발, 암 치료 연구 등 의생물연구, 천체핵물리 연구, 차세대 핵발전을 위한 핵자료 구축연구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세계적 수준의 최첨단 시설로 2017년 완공을 목표로 대전에 건설될 것이다.
중이온가속기 시설은 유일하게 IF 방식과 ISOL 방식이 결합돼 있어 국제 경쟁력이 뛰어나다. 독일의 GSI 연구소내 FAIR 시설과 미국 FRIB 시설 등은 IF 방식의 시설이고 프랑스의 GANIL 연구소의 SPIRAL2 시설은 ISOL 방식의 시설이다.
혹자는 외국의 시설을 이용해서 실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걸 기억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제일 중요한 자산인데 외국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속된 말로 우리 패를 그 연구소에 공개해야 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생활할 때 몇몇 연구소를 방문하면 연구소의 시설 중 일부는 접근이 제한되고 무엇을 하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는데 기업이나 정부의 보안이 요구되는 연구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좋은 연구시설과 이를 중심으로 모이는 연구그룹은 그 자체가 엄청난 자산으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중이온가속기 시설 구축을 위해 이미 가속기 사업단이 설립되었고 올해 초부터 조직을 갖추고 우수한 인재들과 세계각지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기초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우수한 연구시설에는 세계에서 우수한 인력이 모이게 돼있다. 이것이 한국 미래의 자산인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 미래 산업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으로 벌써 많은 연구원들이 해외에서 돌아오고 있다. 물론 중이온가속기 사업단에도 많은 연구원들이 미국 등 선진국의 연구소에서 일생의 기회인 중이온가속기 구축을 위해 돌아오고 있다.
또한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의 건설은 대한민국 안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과학계에서 벌써 주목을 받고 있다. 기대와 경계가 섞여 있을 것이다. 해외의 가속기 연구소들이 기초과학연구원과 국제협력 체제를 맺는데 적극적이다. 이미 미국 페르미연구소 (FNAL), 독일 GSI와 MOU를 체결했고 다수의 연구소들과 MOU를 추진 중이다.
중이온가속기 시설과 유사한 시설로 미국 미시간 주립대내에 FRIB (Facilty for Rare Isotope Beam) 시설 건설을 준비하고 있지만 미국 과학예산 감축으로 건설시작이 지연되고 있다. 온세계가 경제적으로 힘든 이때에 아직도 과학의 가치를 알고 인정하고 지원하는 한국을 부러워 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지난 외환위기때 삼성, LG 등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고급인력 확충에 박차를 가했고 그 결과 지금은 몇몇 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섰다. 결국 고급인력과 시설이 기업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꿈을 현실로 이루는 것은 어렵지만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중이온가속기 사업단은 꿈을 꾸고 있고 꿈을 실현하는 길을 막 걷기 시작했다. 중이온가속기가 세계적인 시설로 완공되어 가동에 들어가고 주목받는 우수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는 그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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