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지난봄에 중부지방에 가뭄이 심하게 들어 물 부족으로 애를 바짝 태웠다. 극심한 가뭄은 농민들의 심적인 고통과 경제적 피해로 이어졌다. 가뭄해갈을 한껏 기대했던 장마전선도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장마전선은 많은 비가 내려 가뭄이 완전히 해갈되지도 못한 채 예년보다 일찍 올라온 제 7호 태풍 '카눈(KHANUN)'이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올려 버렸다.
덥고 습한 성질을 가진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해서 기온이 큰 폭으로 올라 식을 줄 모르고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열대야 때문에 지쳐간다.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은 우리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더위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더위로는 무더위, 불볕더위가 있는데 불볕더위는 강한 햇빛으로 기온이 훌쩍 올라가 불볕처럼 덥다는 뜻이다. 무더위는 습도가 높은 더위를 말한다. 불볕더위는 그늘에 들어서면 더위를 피할 수 있지만, 무더위는 그늘에 들어서도 덥긴 마찬가지다. 이러한 무더위를 나타내는 척도로 날씨에 따라 인간이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를 기온과 습도를 조합해 나타낸 수치를 불쾌지수라고 한다. 불쾌지수는 기온과 습도만을 고려한 여름철 무더위의 기준으로 태양복사나 바람 조건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적정한 사용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불쾌지수가 75 이상이면 50%의 사람이, 80이상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기상청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33℃ 이상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 낮 최고기온이 35℃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 경보를 발표한다.
폭염특보가 발표되면 가급적 한낮의 뜨거운 햇볕은 피해야 한다. 특히, 노약자는 야외활동을 삼가고 시원한 장소를 찾아 더위를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덥다고 냉방기를 과도하게 돌리기보다는 실내 냉방 온도를 26~28℃에 맞춰 실내외 온도차를 5℃ 내외로 유지해 냉방병을 예방해야 한다. 과도한 냉방기 사용으로 전력공급이 부족해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정전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항상성 유지를 위한 체열 조절능력이 감소된다. 이로 인해 열사병, 열 탈진 등 고온과 관련된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폭염으로 1995년 미국에서는 수백 명, 2003년 유럽에서는 약 7만 명, 2010년 러시아에서는 약 5만 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기온이 밤에도 25℃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때에는 너무 더워서 사람이 잠들기 어렵기 때문에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열대야가 있다. 열대야현상이 나타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날까지 피로가 계속 이어지게 된다. 또 건물과 아스팔트로 덮인 도심 속에서 온도는 더 올라 도시열섬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나 인체의 열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이럴 때 일수록 일상에서 벗어나 가까운 계곡이나 물가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피서를 떠나는 도중에 지나치는 농촌의 들녘을 바라보면서 무더위에 지치고 힘들어도 충분한 햇볕을 듬뿍 받고 영글어가는 농촌의 곡식들로 풍성한 가을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일수록 뜨겁게 내리쬐는 자외선에 대비해 야외활동을 할 때에는 모자와 양산을 이용하고, 물을 많이 섭취하는 생활수칙을 지켜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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