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룡산 국립공원 하천 출입통제 안내문을 무시하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
피서철을 맞은 계룡산 국립공원이 실종된 시민의식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4일 찾은 계룡산 국립공원은 휴양을 즐기러 온 수많은 피서객과 등산객들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입산객이 넘쳐나는 가운데 동학사지구 탐방로 입구에서 가장 먼저 목격된 것은 주변에 널린 식당과 계곡가에 자리를 잡고 취사 중인 피서객들의 모습이었다.
식당 뒤편 계곡에서는 피서객들이 음식을 먹으며 술잔을 나누는 모습이 수없이 목격됐고, 여기서 먹다 버린 음식물 등이 흘러드는 하류쪽 계곡물은 이미 뿌옇게 더럽혀진 상태였다. 계룡산 국립공원은 식당 업주들의 반발로 2010년 식당들이 위치한 일부 상업지역을 보호구역에서 제외시켰다. 계룡산 서낭당 고개에서는 피서객들과 인근 주민들이 불판에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이 목격됐다. 취사만이 아니라 산 속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이들도 있다. 계룡산 국립공원 주차장 인근에 널린 배달주문 전단지를 통해 음식을 시켜먹는 것이다. 또 국립공원 계곡에서는 어로 행위가 금지되지만, 피서객들은 어망을 쳐 놓고 민물고기를 잡아 올렸다. 흡연이 금지된 국립공원 내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피서객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술병에서부터 먹다버린 음식물에 이르기까지 각종 생활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계룡산에 매년 여름철 버려지는 쓰레기만 평균 15t에 달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찾은 유상진(51ㆍ대전)씨는 “깨끗한 계곡을 생각해 휴양차 계룡산에 찾아왔다”면서 “일부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망가지는 자연을 보고 있자면 불쾌하고 화가 날 정도”라고 불만을 호소했다.
국립공원 내에서의 취사와 야영, 음주 등 불법 행위는 1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하지만 해마다 적발 건수가 수백여건에 달할 정도로 불법 행위는 끊이지 않는다. 계룡산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85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고, 이 중 7건이 고발조치됐다.
계룡산국립공원 관계자는 “매일 직원들이 CCTV와 순찰을 통해 불법 행위를 집중 단속ㆍ적발하고 있지만, 계룡산 전체를 동시에 모두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인근의 식당들과 입산객들에게 불법 및 오염 유발 행위 자제를 당부하는 것 외에 현실적으로 공원내 상업구역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과 입산객들의 소지품 검사 권한 등이 없어 불법행위를 완전히 근절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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