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대권도전에 나선 예비 후보들은 최근 하나같이 사회 양극화, 계층간 지역간 갈등을 봉합하는 화합과 소통을 시대 정신으로 내세우고 있다.
얼마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보수인가? 진보인가?'라는 질문에 “보수와 진보 이전에 상식과 비상식을 판단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상식파”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안 원장에게 보수와 진보인지를 물은 질문은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을 얼마나 강하게 고수하고 상대를 판단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또 이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동시에 드러난 상황이기도 하다.
보수와 진보 이데올로기 대립은 지난 60년간 우리 사회에서 끝없이 제기되는 난제였지만 4ㆍ11총선과 18대 대선을 앞두고 온 사회 전역으로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더욱이 과거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대 북한정책'에 관한 대립이었다면, IMF이후 계속된 소득분배의 불균등과 사회 양극화로 인한 한국사회의 복지 문제를 두고 보수와 진보의 격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선거철 등 정치권에서 여러 쟁점을 단순화시켜 지지기반으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망국적 복지포퓰리즘 등의 이슈화로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2010년 6ㆍ2 지방선거 당시 제기된 무상 급식은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충돌된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보수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잘나가는 기득권층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자신들의 현재의 기득권층을 지키기 위해 보편적 가치에는 눈을 감는 '보수꼴통'으로도 전제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99%의 서민을 대변한다는 '진보'역시 대화가 통하지 않는 그들만의 '수구좌파'로 불린다. 최근들어 통합진보당 사태까지 겹쳐지면서 종북논란까지 빚어졌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의 보수와 진보 모두 어떠한 가치를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키겠다는 비전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역시 보수의 대표적인 정당이 진보의 여러 정책들을 공약이나 당내 정강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진보역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여러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는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틀로 담을 수 없는 사회로 진화중이다.
정가 관계자는 “그동안 보수파와 진보파의 계속된 소모전은 이제는 보수와 진보를 넘는 대한민국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 의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