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대]지식정보화시대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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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대]지식정보화시대의 '문화'

[문화 초대석]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12-08-05 14:10
  • 신문게재 2012-08-06 20면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요한 하위징아에 의하면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것은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의 충동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그에 의하면 호모 루덴스는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행동하기에 가장 만족스럽게 놀고, 창의적인 생각을 한다. 지식정보화시대와 비견되는 근대 혹은 산업사회에서는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이 빛을 발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듣고 보아왔던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서 보듯이, 부지런하지 못한 사람은 힘들게 살고, 개미처럼만 일한다면 추운 겨울과 미래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식정보화시대에도 개미처럼 근면하게 일하는 사람만이 성공을 보장받고 행복해할까? 그보다는 누구나가 쉽게 거대기업과 자본주의 사회에 착취당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개미는 항상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집단이기 때문에 사계절을 열심히 일하는 우리는 여왕개미로부터 착취당하는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놀기 좋아하는 베짱이를 다시 생각해보자. 죽으라고 일해서 곳간을 열심히 채우는 개미, 평생 곳간 채우는 일이 언젠가부터 재미없어지는데, 거기에 베짱이의 노래와 춤도 없어진다. 한 두 해 정도야 그냥 일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베짱이의 노래와 춤이 그리워진다. 일만 하던 개미가 일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위해 놀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선 베짱이에게 일하는 동안 노래 불러줄 것을 제안한다. 한쪽에선 일하고, 한쪽에선 더 열심히 노래하고 춤을 추며, 이 베짱이란 예술가가 일을 흥겹게 해준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바로 이런 일과 놀이를 접속시킬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것은 조금 더 비약하자면 '통합'이면서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식정보화사회에는 또한 현실 세계뿐만 아니라, 현실과는 다른 사이버공간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물질과 에너지가 지배하는 현실과는 달리 사이버공간은 '접속'을 통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된다. 그래서 개미와 베짱이와 같은 '접속'을 끊임없이 하여 새로운 지식을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을 요한다. 새로운 지식을 조합할 수 있는 인간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에 창의적 인간으로 더 대우를 받고,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모든 영역에서 오늘날 이 사이버공간을 무시할 수 없다. 사이버 세계든 현실 세계든 '접속'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다. 그것은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불통이라는 말이 요즘 화두인 것에서 보듯이, 그런 이미지의 사람을 보면 왠지 답답해 보인다. 반면 소통을 말하는 사람은 이미 시대의 흐름을 읽으면서 우리가 재밌게 살고 공유해야 함을 역설한다. 오늘날 노마디즘 철학을 뛰어넘는 융복합 개념, 자연과학에서 오토포이에스(Autopoiesis) 개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접속'과 '소통'. 그것은 21세기 사회발전의 근본 동력이자 새로운 문화혁명을 선도한다. 그것은 토지나 자본보다 새로운 지식창출을 통한 가치를 중시한다. 그것은 토건을 통해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문화자원을 어떻게 접속시키고 창의적인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가를 고민한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의력은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때 빛을 발한다. 즉 놀 줄 알아야 하고, 그럴 때 재미가 근면성실과 동등하게 혹은 그것을 뛰어 넘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위정자들이 과거 열심히 일하지 않는 국민 국가는 망한다고 했듯이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없는 국가는 망할 것이다. 대전은 이런 시대적 담론을 읽어가면서 그에 맞는 문화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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