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홍 대전시 정무부시장 |
우리나라도 22개 종목에 240여명의 선수가 출전했고, 국민들은 열대야와 시차로 인해 불가피한 수면부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응원을 한다. 스포츠를 매개로 지구촌을 하나로 엮는 과정에서 감동과 환희와 기쁨과 눈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올림픽이다. 그 어떤 위대한 작가도 만들어 낼 수 없는 한편의 위대한 드라마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런던올림픽이 반복되는 오심과 판정논란으로 공정성을 상실하면서 말 많고 탈 많은 대회가 되고 있다.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라는 평가와 함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런던오심픽'이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최첨단과학 장비도 오작동을 한다. 본래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실수가 반복적, 비상식적이고, 그 결과가 개인의 명예와 국격에 영향을 미친다면 얘기는 달라지는데 런던올림픽이 그런 상황이다.
심지어 카누 경기에서 규칙을 어긴 아들에게 벌점을 부과한 부모 심판의 얘기가, 지극히 당연한 사연임에도 불구하고 훈훈한 미담으로 소개될 정도다. 연일 끊이지 않는 오심과 판정시비 기사를 접할 때 마다, 베이스를 훔치는 도루(steal) 때문에 야구를 하지 않는 신사의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어서 더욱 씁쓸한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나라 선수들이 출전한 경기에서 오심과 판정시비가 거듭되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실망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밤잠 설쳐가면서 응원해서 몸도 피곤한데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요즘 유행어인 '멘붕(멘탈붕괴)'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비자에 보면 '상벌의 공정성을 잃은 지도자는 마치 발톱과 이빨을 잃은 호랑이와 같다'고 했다. 공정성은 지도자에게만 요구되는 자질이라기보다 매우 광범위한 사회적인 가치다. 공정성에 흠집이 나면서 런던올림픽의 신뢰와 권위가 추락한 것처럼 공정성과 신뢰, 그리고 권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역학관계에 있다.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 단체나 조직의 운영, 정치와 행정, 경제활동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고 올바른 공정성이야 말로 올바른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정의가 깃발이라면 공정성은 깃대와 같다. 깃대가 부실하거나 없으면 깃발은 제대로 펄럭일 수 없다. 특히 지방행정의 경우 매우 복잡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지역의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무엇보다 공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공정한 행정 위에서 지역과 행정의 동반발전을 꽃 피울 수 있고,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쌓아 갈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한 행정을 위해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자세는 무엇일까? 여러 날 고민과 생각 끝에 '여민동락(與民同樂)'과 '유약겸하(柔弱謙下)'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민들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여민동락'이 행정의 목표라면, 가장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는 '유약겸하'는 행정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가치가 행정의 계획과 시행단계에 녹아들었을 때 공정하고 신뢰를 주는 행정이 되고, 행정에 권위가 서게 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다시 런던올림픽 얘기로 돌아와서, 나머지 경기에서만큼은 공정한 심판과 평가가 이루어져 참가 선수들이 지난 4년간 흘린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기왕이면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일구어낸 기쁜 소식이 자주 들려오길 기대하며, 런던을 향해 소리 없는 응원을 날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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