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그러나 지난 2년간 이런 우려와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였고 나름대로 자기 색깔을 내면서 안정적으로 도정을 이끌고 있다. 본인의 말대로 호랑이의 눈을 가지고 날카롭게 보되, 행함은 우직한 소와 같이 한다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걱정과 우려를 주지 않았다는 것은 리더십의 최소 조건에 불과하며, 진정한 리더로서 평가받기 위해서는 충남 도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심어주고 멋진 실행력을 보여야 한다.
안 지사는 전임 지사가 추구해왔던 도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무리 없이 행정을 이끌고 있다. 반면에 '강한 충남', '외생적 성장'이라는 양적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행복한 충남', '내생적 발전' 이라는 질적 성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그 동안 천안·아산 등 충남 서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대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 발전의 틀을 마련했다면 안 지사는 '3농 혁신'을 통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농촌·농민들에게 자원을 집중하는 노력 역시 참신하다.
그러나 이러한 도정의 방향전환이 큰 의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시행과정에는 아쉬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즉 '내생적 발전'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할 인적·물적 자원의 기본토대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충남의 현실을 보면 아직 이런 인프라가 부족한 분야와 지역이 많기에 내생적 발전전략의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쟁체제하에서 과연 이러한 접근방법이 타당한 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들기도 한다. 또한 '3농 혁신'도 기초 자치단체의 재원과 역량부족으로 인해 실효성 있게 진행되고 있지 못하며, 추진정책의 우선순위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투쟁적 이미지가 강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안 지사는 매우 부드럽고 예의바르게 사람을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다. 도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공무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따라오라는 주문 대신에 대화와 민주적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리더십 스타일은 환경이 안정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취급할 때는 효과가 크지만 조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결단이 필요할 때는 성과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난 2년 동안 별로 한 일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너무 자기 색깔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4대강 사업에서 후보 시절의 단호함은 사라지고 중앙 정부와 어정쩡하게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또한 도청 이전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아직도 홍성과 예산의 행정구역 통합 논의는 전혀 진전이 없다. 행정구역 통합은 지방행정에 대한 안 지사의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구역 이원화'를 통해 초래되는 행정의 비효율성 문제로서 시급성을 요하는 사안이다. 또한 소통을 강조해 오고 있지만 도의회와의 갈등으로 인해 업무추진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아쉬운 대목이다. 주민사업비로 인한 의회와 충돌 역시 의원들의 무책임과 이기심이 크지만 안 지사의 소통 부족과 정치력 부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안 지사의 지난 2년은 도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는 데 성공한 시간이었다. 미래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성과로 이끌어낼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표현의 투박함으로 인해 빛이 바래곤 했지만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노 대통령의 '열정'이 안 지사의 '세련됨'에 묻혀 버린 것 같은 아쉬움도 있다. 더 큰 꿈을 꾸고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표현의 세련됨보다는 내용의 진정성, 그리고 역사적 소명의식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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