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도 아니고 '3DD'다. 뒤에 붙은 'D'는 더블, 모든 게 더블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제작진의 자부심이다. 카피도 '올 여름 더 강력하게! 화끈하게! 짜릿하게!'다.
'피라냐 3DD'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두 가지다. 비키니를 입은 글래머 미녀들을 실컷 감상하는 것과 더 잔인해진 피라냐의 공격이다. 그 점에선 확실히 화끈해졌다. 워터파크는 비키니의 천국이고 또 이곳엔 '성인전용' 공간도 있다. 피라냐들은 포악스럽게 달려들어 물어뜯고 먹어치운다. 더욱 지능화된 피라냐들은 수도관을 통해 이동하며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난다. 전편에서 빅토리아 호수를 핏빛으로 물들였던 피라냐들은 이번엔 막 개장한 초대형 워터파크를 찾은 선남선녀들을 노린다. 돈밖에 모르는 아버지는 피라냐가 침투할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한 채 워터파크를 열고, 어머니가 남긴 워터파크를 제대로 지키려 하는 매디는 피라냐가 수로를 통해 수영장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경고에 경악한다.
아버지 체트와 매디의 대립, 피라냐가 워터파크에 침투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초반부는 좋다. 자극적인 볼거리를 토해내며 질주하던 '피라냐'의 속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극적 긴장감이 제법이고 짜임새도 있다. 그 분위기에 압도돼 화들짝 놀라게 하는 대목도 여럿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피라냐의 공격이 시작되면 연출도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만다. 카메라는 비키니 미녀들의 탄력 있는 가슴만 연신 비춰대고, 피라냐의 공격은 양념처럼 반복해 보여준다. 물론 나체 구역을 만들어 놓았으니 볼거리도 늘었고 피라냐의 공격도 훨씬 잔인해졌다. 온 몸이 갈기갈기 찢기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한 살점들이 스크린에 가득하다. 그러나 의미 없는 잔혹한 장면들만 계속 되니 긴장과 공포가 급격히 떨어진다. 포악한 피라냐들도 몬스터가 아니라 점점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존재감이 곤두박질친다.
존 걸레거 감독은 죽은 줄 알았던 괴물이 갑자기 살아나 공격하는 공포 코미디 '피스트'로 장르 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감독이다. 하지만 의미 없는 '잔혹한 장면 보여주기'에만 매달리다 곧 한계를 드러냈다. 그 실패를 '피라냐 3DD'에서도 반복한다.
화끈한 미녀들과 무자비한 피라냐를 보면 됐지 뭘 더 바래, 하는 관객이라면 보고 즐길 만하다. '전격 Z작전' 'SOS해상구조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특별 출연한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반가울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출연했던 과거 '미드'를 들먹이며 웃음을 선사한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재료는 가득하지만 구슬은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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