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프로그램의 후반부에 최종 3인이 남은 상황에서 각자 다른 답을 적은 학생들에게 진행자가 심경을 물었다. 이에 확신이 없는 답을 적은 학생이 다른 친구들도 틀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몇 주가 지난 후 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고 출연 학생이 진행자의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우리 사회에 잘못 인식되어 있는 '경쟁의 의미'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한게 됐다.
공중파 인기 프로그램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고 외치는 말이 공공연하게 TV를 시청하는 십대 친구들의 생각 속에 자리 잡은 것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경쟁자가 잘 되길 바라지 않는 수준이 아닌, '잘 안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선의의 경쟁보다는 죽음의 서바이벌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우리 청소년들이 젖어든 표현이라고 느껴졌다.
동료와 선의의 경쟁, 협력을 통해 자신의 소양을 키워나가는 것이 '경쟁'의 참의미라는 정의가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닐까?
경쟁이라는 과정을 거쳐 나타난 결과이니 만큼 우리는 스스로 승패를 인정할 줄 아는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이고, 서로 격려를 주고받으며 친구에게서 배움을 얻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자신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중국 선수에 대해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그가 우승한 것이 자랑스러웠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을 한 박태환 선수의 모습을 보았다.
나보다 잘못되기를 바라는 우리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우리가 진정 배워야 하는 '프로'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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