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풍미했던 로큰롤의 시대가 저물고 '뉴 키즈 온 더 블록' 같은 보이그룹이 급부상하던 1987년. '락 오브 에이지'는 할리우드 선셋 대로에 위치한 록스타의 요람, 클럽 '버번 룸'으로 안내한다. 노을 지는 '록의 시대'의 상징처럼 '버번 룸'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
설상가상, 시장 부인은 록이 '악마의 음악'이라며 '버번 룸'을 몰아내 선셋 대로를 청소하겠다고 선언한다. '버번 룸' 사장 데니스는 인기절정의 록스타 스테이시 잭스의 공연을 성공시켜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가수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에 온 셰리는 역시 록스타를 꿈꾸는 '버번 룸'의 바텐더 드류와 사랑에 빠진다.
록의 시대를 찬미하는 콘서트에 와 있는 느낌이다. '록의 전설' 본 조비를 모델로 한 것이 분명한 스테이시 잭스가 '원티드 데드 오어 얼라이브(Wanted Dead or Alive)'를 열창하고, 사랑을 속삭이는 드류와 셰리가 익스트림의 '모어 댄 워즈(More than Words)'를 부르는가 싶더니, 모두 함께 조안 제트 & 블랙하츠의 '아이 러브 로큰롤(I Love Rock'n Roll)'을 부른다. 혹시 뮤지컬 영화 아니냐고?
맞다. '락 오브 에이지'는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5차례나 토니상 후보에 오른 동명의 뮤지컬이 원작이다. 2010년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올랐었다. 아담 솅크먼 감독은 80년대 선셋 대로의 풍경을 재현해 시대의 공기를 되살리는 한편 과장과 코믹함으로 뮤지컬의 맛까지 살려낸다.
영화의 재미는 톰 크루즈, 캐서린 제타 존스, 알렉 볼드윈, 폴 지아마티 등 명배우들의 변신과 망가지는 연기, 이들이 부르는 당대의 명곡들이다. 생각해보라. 온 몸에 문신을 하고 기행을 일삼는 톰 크루즈를 다시 어디에서 보겠는가. 록스타 스테이시 잭스로 분한 톰 크루즈는 폭발적인 가창력은 물론이고 섹시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로 실제 록스타 같은 강렬한 인상을 곳곳에 심는다.
뮤지컬 '시카고'에서 이미 재능을 선보였던 캐서린 제타 존스는 록 타도에 나선 시장 부인 패트리샤를 연기한다. 캐서린은 80년대 중반,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여성 록 보컬리스트 팻 베네타의 '힛 위드 유어 베스트 샷(Hit with your best shot)'을 부르는데, 영화적 상황과 가사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주인공 셰리 역의 줄리안 허프는 ABC-TV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가수이자 배우다. 드류 역의 디에고 보네타는 라틴 아메리카, 브라질, 스페인에서는 알아주는 가수다. 둘 다 자신의 목소리를 줄이고 락 음악에 맞는 거친 목소리로 노래 부른다.
노래의 가사가 대사가 되고 상황이 되는 만큼 스토리는 따지지 말자. 본 조비, 트위스티드 시스터, 익스트림, 애로우스, 저니, 알이오 스피드웨건, 미스터 빅, 팻 베네타 등등 이 이름에서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고 이들이 두드리는 강렬한 리듬에 맞춰 헤드뱅잉을 해본 이들이라면 열광할 수 있다. 귀가 찢어지도록 이어폰으로 이들 밴드의 음악을 들어본 이들은 지금쯤 아마 중년이 되었을 것이다. 사느라 지친 그들에게 활기 넘치는 청춘을 돌려주는 '힐링 무비'로 손색이 없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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