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평가는 교육과정의 하나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은종]평가는 교육과정의 하나다

[교육단상]박은종 청양 미당초 교장

  • 승인 2012-07-31 15:02
  • 신문게재 2012-08-01 20면
  • 박은종 청양 미당초 교장박은종 청양 미당초 교장
▲ 박은종 청양 미당초 교장
▲ 박은종 청양 미당초 교장
전국적으로 시행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말 마무리되었다. 전국의 초6ㆍ중3ㆍ고2 학년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시행된 이번 평가는 1만1144개교에서 176만여 명의 학생들이 응시했다. 아울러 일부 교원단체의 평가 반대와 거부로 전국적으로 약 150명 정도가 현장학습 대체, 등교 후 평가 미 응시, 무단결석 등 응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는 교과부 주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리 하에 학교급별로 3~5개 교과목을 과시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교육과정 성취목표의 50% 이상을 달성한 학생은 '보통학력 이상', 20~50%는 '기초학력', 20%이하는 '기초학력 미달' 등급을 매겨 학생 개개인에게 통지되며, 개인별 성적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2010년부터 학교별로 응시현황과 교과목별 성취 수준 비율을 3단계로 구분해 학교알리미에 공시한다. 2008년부터 시행되어 올해로 5년차를 맞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는 그 순기능과 역기능을 놓고 교과부와 교원ㆍ학부모 단체가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교과부는 평가가 다양한 지원을 위한 기본적 교육과정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교원ㆍ학부모 단체는 학생ㆍ학교 서열화, 성적지상주의 심화, 학사 파행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반대투쟁을 벌여 왔다. 물론 두 입장이 각각 일리가 있고 고려할 사항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논란과 관련해 중요한 핵심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교는 법령에 따라 학교교육과정을 편성ㆍ운영토록 규정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목표, 내용, 방법, 평가 등의 환류 체제(feedback system)이다. 교육과정 운영의 네 꼭지 중의 하나가 곧 평가인 것이다. 즉 교육과정과 평가는 별개가 아니다. 평가는 교육과정의 한 과정(過程)인 것이다. 교육과정의 한 과정이 곧 평가인데,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의 평가 거부는 명분이 없는 일이다. 분명히 법령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교사가 평가를 거부한다면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네 바퀴로 굴러가야 할 자동차가 세 바퀴로 잘 굴러갈 수는 없다.

물론, 전국적인 전수 평가가 갖는 역기능을 개선토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교원과 학부모 단체에서 지적하는 0교시 학습, 심야학습, 휴일 등교, 해넘이ㆍ달맞이 프로그램 등을 전면 재검토해, 비교육적인 면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일제고사식 전수 평가가 갖는 역기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 우리 현실에 적합하도록 평가제도 운영에 적정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교육 당국도 선발적 평가관에서 벗어나, 발달적 평가관에 입각해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평가 결과를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되며, 이들이 '평가가 가치롭다'는 인식 속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이 세상에 평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피평가자는 심신이 괴로운 것도 사실이다. 정녕 성적때문에 자살하는 이 시대 10대 청소년들의 말 없는 절규를 귀담아듣고 함께 고뇌해야 한다.

교육 평가가 없는 교육활동과 교육과정은 공허한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물론이지만, 교원근무성적평정, 교원능력개발평가, 교원 다면평가, 학교장청렴도 평가, 교육청ㆍ학교평가 등이 그 역기능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교육계에 서서히 착근하고 있는 점도 이들 평가를 대체할 만한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교육 평가의 역사는 교육의 역사, 인류의 역사와 견줄 정도로 장구하다. 평가가 일면 비판 속에서도 동서고금을 통틀어 과거, 시험, 고시, 고사, 검사, 평정, 평가 등 그 명칭과 방법만을 달리해 면면히 이어져 오는 이유와 취지를 재음미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