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요즈음은 생활과 주거환경이 청결하기 때문에 질병의 매개체인 모기ㆍ파리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여름생활은 모기ㆍ파리 등 여러 가지 해충들과 싸우는 것이 일상이었다. 모기ㆍ파리 등은 그런대로 신경을 쓰면 피하거나 예방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벌레가 아니라 습기를 좋아하는 곰팡이와 같은 진균들은 예방하거나 치료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가운데 무좀과 같은 곰팡이 균이 일으키는 기계충이나 도장병을 앓은 추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만큼 흔했고 전염성이 강했다. 때로는 만화나 TV연속극 주인공의 캐릭터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이 주인공의 머리에는 언제나 동전만한 크기의 머리칼이 없는 흰부분으로 표현되었다. 어릴적에 누구나 경험했던 머리모습이었기 때문에 이 캐릭터에 대한 공감어린 추억은 그 어느것도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기계충은 요즈음 의학용어로 '두부백선(頭部白癬)'이라고 하는 것인데, 예전에는 아마도 청결하지 않은 이발소의 이발기계를 통해 많이 감염된다고 여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계충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이발소에서는 그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이발기계를 소독하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 소독에 만전을 기했다. 기계충에 걸린 손님이 오면 이발기계 소독약을 발라주곤 하였다.
이 기계충은 머리를 잘 감지 않고 모자를 주로 쓰는 학생층에서 많이 발생하였다. 집안에 한 아이가 걸리면 눈병처럼 다른 가족에게 옮기곤 하였다. 이 기계충이 얼굴을 비롯한 다른 부분에도 생기곤 했는데 그 생김새가 마치 도장을 찍은 것과 같아서 도장병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도장을 찍을 때 쓰는 붉은색의 인주를 바르면 낫는다고 인주를 구해 바르는 촌극도 벌어지곤 하였다.
어쩌다 기계충에 걸린 머리캐릭터가 등장하면 기계충과 도장병을 경험했던 세대는 신선한 추억속으로 빨려 들어 가곤 한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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