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헌]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인생과업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고수헌]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인생과업

[중도춘추]고수헌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2-07-26 14:06
  • 신문게재 2012-07-27 20면
  • 고수헌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고수헌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고수헌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고수헌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흔 살이 된 해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고희연(古稀宴)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1300여년 전 당(唐)나라의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지은 곡강시(曲江詩)에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구절을 보더라도 말 그대로 나이 칠십을 살기는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 사람들의 오랜 화두였다고 볼 수 있다. 워낙 술을 좋아했던 두보가 한 말이니 그리 믿을 만한 말도 아니라고 평소에 말씀하셨던 선친께서도 여든 살을 넘기지 못하셨으니 그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예사롭지는 않은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노인들은 적어도 70세를 넘어야 자신이 노인이라는 주관적 인식을 나타낸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80.7세로 OECD 국가의 평균수준을 넘기고 있기 때문에 바야흐로 평균수명 90세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아울러 100세 이상의 노인도 2000명을 넘어서는 현재의 추세라면 2060년 정도가 되면 평균수명이 100세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현재 30세 전후의 나이에 있는 사람이면 무절제한 생활을 하지 않는 한 대부분은 100세 정도까지는 살 것이며, 40~50대의 사람들도 평소의 건강관리를 통해 90세 이상의 생애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의 인생이 예고되고 있다. 호모 헌드레드라는 새로운 용어는 UN이 2009년에 발간한 『세계인구고령화(World Population Aging)』라는 보고서에서 현생 인류의 조상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로 불리는 것에 착안하여 평균수명 100세가 보편화 되는 시대의 인류를 지칭한 신조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도 현재는 최빈사망연령이 80대 정도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연령이 90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100세 시대의 고령사회는 그리 낯설어하거나 남의 일로만 다룰 문제는 아니다. 인류학이나 생물학 차원에서는 인간의 장수(a long life)가 분명히 축복이 될 수 있지만, 경제학이나 사회복지학적 견해에서는 고령화가 인류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사회적 담론이 일고 있는 것도 이와 상관이 있다. 즉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국가성장동력 약화문제에 주로 관심을 두는 경제학에서는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노동력이 고령화되면서 노동생산성 저하로 인한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사회복지학적인 차원에서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출산현상과 맞물려 가중되는 노인문제를 국가나 사회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다른 사회과학에서와 같은 견해를 보인다. 2060년이 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의 기금이 고갈될 것에 대비한 정책적 노력이나 고령노동력을 활용하는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도 그러하다. 그러나 개인적 차원의 심리학에서는 인생에서 노년기는 자녀의 출산과 양육부담이나 경제적 성장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지적탐구나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성숙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관점의 정립이 더욱 중요하다.

과거 전통사회의 인생이 적절한 학습의 시기가 없이 일과 가정을 이루며 여유가 없는 생애를 보내다가 70세 이전에 생애종결을 했던 시대라면 오늘날의 호모헌드레드 시대의 인생은 청소년기 이전의 적절한 학습단계와 청ㆍ장년기의 일과 가정을 이루는 생산적인 단계를 거치는 것뿐만 아니라 늘어난 노년기가 자아통합의 성장을 달성해야 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심리적 역동성으로 인생과업을 설정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2.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3.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4.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1.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2.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3.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어지선을 향해 날마다 새롭게
  4. 대전세종중기청, 경험형 스마트마켓 지원사업 현판식
  5.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