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다. 왜들 그렇게 배트맨이 보고 싶은 걸까. '다크나이트' 3부작을 마무리 짓는 종결판이라, 어떻게 끝맺을까 궁금해서? 캣우먼, 베인이 보고 싶어서? '다크나이트'를 너무 좋게 보았기 때문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라서? 다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배트맨 비긴즈'가 신화를 끌어들인 낭만적인 서곡(序曲)이었다면, '다크나이트'는 절창(絶唱)이었다. 히스 레저의 잊을 수 없는 명연기와 놀란 감독의 치밀하고 정교한 이야기 직조 능력이 빚어낸 놀라운 이중창. 그에 비한다면 '…라이즈'는 교향악(交響樂)에 가깝다. 히스 레저의 조커 같은 독보적인 반짝임은 없어도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모든 파트가 잘 어우러진 교향악. 그것도 비장미 가득한 장엄한 교향곡이다. 무겁다. 이 무거운 이야기에 왜 사람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어쩌면 지금 우리가 바라는 건 소시민적인 매력으로 즐거움을 주는 영웅이 아니라, 오직 아비규환의 세계를 구원하겠다는 일념으로 기꺼이 몸을 내던질 수 있는 고전적 영웅이고, 그를 기다리는 건 아닐까.
'…라이즈'에서 배트맨은 사실 우리를 배반한다. 배트맨이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곳은 모든 대중에게 활짝 열려 있는 고담시의 대로변이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는 대낮이다. '어둠의 기사'가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싸우는 모습이라니. 생뚱맞지 않은가. 그의 어둠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암흑의 세계를 극대화한 것 아닌가. 그런데 놀란 감독은 어둠 속의 배트맨을 양지로 끌어내고 빛을 찾아준다. 그 결과는? 각본가 데이비드 고이어는 “놀란과 내가 최초로 생각한 건 이 영화의 엔딩신이었고 그 장면은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엔딩신엔 배트맨이 없다. 나이 들어 노쇠해진 배트맨, 그를 그냥 그렇게 영웅으로 보내자는 게 놀란의 생각이었나.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