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말라”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말라”

고용노동부 '사업장 이동ㆍ선택권 박탈' 방침 철회 요구

  • 승인 2012-07-24 18:14
  • 신문게재 2012-07-25 5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지난달 일하던 공장이 문을 닫은 뒤 대전의 한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에서 생활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A(27)씨는 최근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 지역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24일 대전고용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대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지역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24일 대전고용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대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두달 째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다음달까지 재취업을 못할 경우 법정 사업장변경기간 3개월이 경과돼 꼼짝없이 본국으로 쫓겨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까지만 해도 구직을 위해 찾아간 고용센터에서 매번 20여개에 달하는 구인업체 명단을 제공 받아 왔지만, 이달 들어서는 제공받는 구인 업체 명단이 한번에 고작 3~4곳 정도로 줄면서 A씨는 재취업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다음달부터 '외국인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A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구직 활동을 벌이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그간 제공해 오던 구인업체 명단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대책의 골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외국인근로자의 잦은 사업장 변경과 이 과정에서의 브로커 개입을 막는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지침이 시행되면 사업자변경과 재취업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대신 업체에 구직자 명단을 보내 사업주가 직접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도록 알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실직 상태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이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로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된다.

또 고용노동부는 사업주의 연락을 받은 노동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고용을 거부할 경우 2주 동안 알선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내용도 이번 대책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브로커 개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NGO의 취업 지원 활동 등도 불법 알선 행위로 보고 처벌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사업장 선택권을 박탈하고 '노예노동'을 강요하는 조치라고 반발한다.

'대전이주민과함께하는모임' 등 지역의 7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충청이주민공동대책위는 24일 대전고용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 이동과 선택권을 박탈한 이번 조치는 기본적인 노동권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알권리와 조력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노예허가제'”라고 고용노동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