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모들 공부만 닦달… 기다려주는 여유와 믿음 필요”

“요즘 부모들 공부만 닦달… 기다려주는 여유와 믿음 필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공부도 집중 아이와 밤기차 타고 서울로 공연보러 다녀

  • 승인 2012-07-24 14:04
  • 신문게재 2012-07-25 11면
  • 대담ㆍ정리=한성일 사회단체부장대담ㆍ정리=한성일 사회단체부장
[중도초대석]3남매를 하버드대 교수, 판사, 의사로 키워낸 김성수ㆍ김정국 부부

▲ 사진=김상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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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상구 부장

최근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하버드대 미술사 건축사학과 교수로 임용돼 화제가 됐던 김진아(36) 교수는 대전 출신이라서 지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더군다나 김진아 교수와 그의 여동생, 남동생 등 3남매는 모두 서울대 치대를 나온 아버지 김성수 치과원장의 뒤를 이어 서울대 동문이고, 여동생은 서울중앙지법 판사, 남동생은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구강외과 레지던트다. 이에 지난주 서대전사거리 서울 메디컬에서 김성수치과를 운영하는 그들의 아버지 김성수 원장과 어머니인 김정국 휴 부모자녀교육상담연구소 소장을 노은동의 휴 부모자녀교육상담연구소에서 만나 이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부부가 되기까지
1972년 10월 유신 때 각 대학에 휴교령이 떨어지자 경남 김해가 고향인 서울대 치대 남학생 김성수와 경남 통영이 고향인 동아대 가정학과 여학생 김정국은 각자의 친구들과 부산의 테니스코트장을 찾았다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석양빛 노을 아래서 테니스를 매개체로 만난 남학생 김성수는 184㎝의 훤칠한 키에 그리스 조각 같은 외모가 눈에 띄는 청년이었다. 고지식하고 순수했던 그는 청순가련형 외모의 여리고 예뻤던 그녀 김정국을 만나 첫눈에 반했고 3년간 연애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렇게 로맨스를 싹틔우게 됐다. 그러나 자기 생활이 너무 바쁜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아내에게 눈물과 인고의 나날이었다. 바쁜 레지던트 생활과 사회 생활로 가족은 안중에도 없이 밖으로만 돌던 가부장적인 경상도 남편의 무심함에 아내는 2녀1남을 낳아 키우는 동안 서러움에 북받쳐 눈물로 지샌 날들이 부지기수였다. 사투를 벌인 난산 끝에 아이들을 낳을 때도 남편은 자신의 일에 바빠 아내 곁을 지키지 못했고, 세 자녀를 키우는 몫도 오로지 아내의 것이었다. 남편은 경제적 뒷받침외에는 아내와 가정에 무심해 아내를 슬프게 했다.

#남편 김성수 원장과 세로토닌 문화
남편은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내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후회스러워 이제는 아내에게 헌신하는 착한 남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아내의 권유로 국민의사 이시형 박사가 창시한 사단법인 세로토닌 문화의 대전지부장이 되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세로토닌적 삶을 실천하면서 그동안 아내에게 빚진 것을 다 갚아주기로 했다. 김성수 원장은 세로토닌 전도사인 이시형 박사와 함께 오는 9월15일 오전 9시 유성구 전민동에 위치한 한남대 제2캠퍼스에서 대전지부 창립대회를 겸한 '2012년 대전 세로토닌 워킹데이'를 개최한다.

▲ 3남매가 시민회관에서 연주회하는 모습.
▲ 3남매가 시민회관에서 연주회하는 모습.
김성수 원장은 “물질적, 경제적, 외적 성장만으로 삶의 질이 나아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내적인 정신적 성장과 성숙을 통해 건전한 문화 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세로토닌적 삶의 가치관”이라며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시민운동이 세로토닌 문화”라고 소개했다.

“세로토닌 문화 회원을 모집중”이라는 김 원장은 “동참하는 회원이 많아져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겸임교수인 김 원장은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대 병원에 가서 대학 후배인 제자들을 가르치고 오는데 신바람나고 명랑쾌활한 강의 스타일 덕분에 인기가 많다고 했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어릴 적에 '정직'과 '성실', '화목'을 가훈으로 심어줬는데 아이들이 이를 잘 실천해줘 착하고 순수하고 반듯하게 자라준 것이 내심 고맙다고 했다.

김 워장은 “앞으로 여생은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더 열심히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 이야기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내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녀 교육을 성공시켜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어머니 김정국 소장은 “우리 가정의 겉모습만 보고 부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는 아픔과 풍파와 희생과 기다림과 인고의 세월이 있었음을 심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크리스마스때마다 제가 직접 산타가 되어 각자에게 편지와 선물을 주며 파티를 열어준 기억이 납니다. 저희 아이들 3남매는 어릴 때부터 첼로와 바이올린, 피아노를 가르쳐 큰 아이가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 등 두 번에 걸쳐 대전시민회관에서 피아노 3중주 연주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심리적인 산소 공급이 안 되면 뇌가 죽습니다. 그러면 졸리고 집중도 안되죠. 큰 아이가 고등학교시절 세종문화회관에 같이 가서 공연보고 야밤에 어묵, 떡볶이 등을 먹으며 지하철 타고 돌아온 일들이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과외나 학원에 얽매이지 않아야 창의력도 생기는 겁니다. 시험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을 벗 삼아 살면 집중력도 뛰어나게 되죠. 수업시간에 한눈을 팔지 않는 게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입니다.

인도미술사를 전공하고 불교경전으로 버클리대에서 박사논문을 쓴 큰 딸은 어릴 때부터 책을 즐겨 읽었습니다. 딸이 미국 유학시절 저에게 전화 걸어 '엄마, 나 바보인가 봐.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어'하며 울 때 '참 다행이다'라고 말해줬습니다. '네 목표가 교수인데 공부 못하는 아이들 심정을 이해하려면 이런 좌절도 필요한거 아니겠니. 넌 세계적인 거목이 될 거야'라고 해줬죠. 그랬더니 딸이 마음을 다잡고 다시 공부에 열중하더군요.

작은 딸은 성모초 시절부터 대원외고 시절까지 음악이든 미술이든 달리기든 공부든 뭐든지 1등만 하는 좀 특출난 아이였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과외를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막내 아들은 삼세번 도전 끝에 서울대 치대에 합격했습니다. 아들은 늘 누나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열등감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습니다. 언제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아이, 언제나 자신감이 없고 나서길 두려워하는 아이였지만 능력이 없거나 재주가 없는 아이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지요. 서울대 치대 재학시절엔 덴탈 오케스트라 단장을 지냈고, 최근에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황제) 전악장을 협연했죠. 서울대 댄스동아리에서 댄스대회에도 참가했던 아이예요. 그러나 삼수시절의 아들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알 수 없는 무력감에 시달리며 열등감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음까지 들먹였답니다. 서울대라는 집안 환경 속에서 자신만 없으면 행복해질거라고 말하는 아들의 마음을 보듬느라 수많은 밤들을 보냈습니다. 오랜 악몽의 시간을 지낸 뒤 아들은 기적처럼 아버지와 같은 대학 같은 과 동문이 된 거죠. 제 연구소에서 장기 내담자였던 우리 아들은 기다림의 산물입니다.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대기만성형'이라고 부르지요.”



#아내 김정국 소장과 휴 부모자녀교육상담연구소
아내 김정국 소장은 40대 중반에 충남대에서 교육심리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마치고 연구소에서 상담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사회활동에 뛰어들었다.

“우리 휴 부모자녀교육상담연구소가 사단법인 참만남가족운동 대전지부가 됐어요. 이게 개인연구소보다 더 큰 개념인데 이곳에서는 일종의 공익사업을 할 수 있지요. 황폐해진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인성 프로그램, 가족관계 개선 프로그램과 피해자를 위한 모래 놀이 심리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연구소에서 하고 있는 모래놀이 치료와 기타 프로그램이 문제아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기 때문에 독지가들의 도움과 참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에게도 정서적인 면을 보살펴주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재미를 준 것이 어떤 인지교육보다 효과 있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 기가 죽거나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이나 반항하거나 일탈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자녀의 마음을 살펴주지 못하고 공부만 닦달하면서 생겨난 현상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모 자신의 생각과 기준만으로 아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훈계와 설교, 은근한 협박과 강요로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교육인가도 생각하게 됩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지요. '인지'와 '정서'라는 두바퀴가 같이 굴러가야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는 겁니다. 정서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얻는 상처는 반드시 풀어줘야 하지요. 부모와 자녀의 삶의 속도와 리듬이 다를 경우에 오는 갈등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혜를 모아서 각자의 속도에 맞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여유가 꼭 필요합니다. 충분히 기다려준 뒤에 때가 오면 반드시 그 몫을 해낼 거라는 자녀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1주일에 두 번 태극권으로 정신적 도를 닦고 육체적 건강을 추구하는 김정국 소장은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일심동체가 아닌 이심이체인 부부 각자가 둘이 합쳐 하나가 되는 것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비우고 거듭나야 화목해지는 법”이라고 말했다.

대담ㆍ정리=한성일 사회단체부장 hansung007@

●약력
▲김성수 원장=서울대 석ㆍ박사, 서울대 치과 병원 구강외과 레지던트 수료, 국군 대구통합병원 구강외과 과장(소령 예편), 충남의대 조교수 및 동 부속병원 치과 과장, 국제라이온스협회 355-D지구(대전 충남)지구 제 4지역 부총재 및 대전 금산 위원장, 대한 치과 이식임플란트학회 대전 충청지부장, 대전국학운동시민연합 회장 역임, 김성수치과의원 원장,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사)세로토닌 문화 대전지부장

▲김정국 소장=충남대 석ㆍ박사, 모래놀이 치료전문가, 한국 모래놀이 학회 이사, (사)참만남가족운동 대전지부장, 건강한 가족공동체 전문강사, AP부모교육강사, MBTI 강사, 현실요법 수퍼바이져(기초실습), 진로상담 전문가, 대전 KBS 자녀교육 칼럼니스트, 한남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 휴 부모자녀교육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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