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익]초려 이유태의 개혁사상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상익]초려 이유태의 개혁사상

[시론]이상익 부산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 승인 2012-07-18 15:07
  • 신문게재 2012-07-19 21면
  • 이상익 부산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이상익 부산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 이상익 부산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 이상익 부산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초려 이유태의 개혁사상은 '기해봉사'(己亥封事), '향약'(鄕約), '정훈'(庭訓) 등을 통해 살필 수 있다. '기해봉사'는 향촌의 조직과 규율, 학교 교육, 인재의 선발, 공안(貢案)과 세제(稅制)의 개혁, 양전(量田), 관리의 출척(黜陟), 군사의 조직과 훈련, 군수자금의 조달 등 국정 전반에 대한 포괄적 개혁안을 제시한 것으로서, 그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병역(兵役)과 부세(賦稅)에 있어서 모든 국민의 균등한 부담을 꾀하고, 지배계층의 부당한 특권을 타파하고자 했다.

초려는 왕실의 사고(私庫)로 인식된 내수사(內需司)의 혁파, 궁장(宮庄)과 충훈부(忠勳府)의 특혜 혁파, 양반 자제의 병역 부과 등을 강조했다. 이는 지배계층의 부당한 특혜를 타파하여 조세와 병역의 자원을 확충함으로써, 백성의 평균적 부담은 줄어들되 국력은 신장되는 정책을 모색한 것이다.

둘째, 실행이 가능하고 민생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모색했다. 예컨대, 백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답의 세율을 낮추자는 의견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대신 부역을 줄여줄 것을 제안했다. 대부분의 농민이 전답을 소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답의 세율을 낮추는 것은 부호(富豪)를 더욱 부호로 만들어줄 뿐이니, 대신 부역을 줄여줌이 민생에 실제로 기여한다는 것이다. 당시의 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공안(貢案)'에 대해서는 대동법의 확대 시행을 통해 공물(貢物) 제도 자체의 폐지를 꾀하였다.

셋째, 학교와 과거 제도에 대해서도 괄목할 만한 내용을 제안했다. 초려는 오늘날의 초등학교에 해당되는 '몽재(蒙齋)'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기존에는 '향교(鄕校)ㆍ사학(四學)'과 '성균관'의 2단계 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초려는 '몽재, 향교ㆍ사학, 성균관'의 3단계 교육제도를 제시한 것이다.

과거 제도에 있어서는 '임강(臨講, 책을 보고 읽어가면서 해설하는 것)' 제도와 '문ㆍ무를 아울러 시험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에는 '배강(背講, 돌아앉아서 책을 외우는 것)'으로 시험했기 때문에 선비들이 경전을 암송하기만 할 뿐 그 의미를 궁구하지 않았거니와, 시험방식을 '임강'으로 바꾸어 경전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를 시험하자는 것이다. 또 시험과목에 있어서도 '사서삼경'뿐만 아니라 '무경칠서(武經七書)'를 포함시키고, '활쏘기'도 포함시키라고 제안했다.

넷째, 초려는 군대를 양민으로 편성된 오위(五衛)와 천민으로 편성된 속오군(束伍軍)으로 이원화하되, 모든 운영방식은 동일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또 온갖 잡세들을 모두 군자별창(軍資別倉)으로 보내서, 상번군의 급료 등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초려의 '향약'은 '기해봉사'의 별책부록으로 제진된 것으로서, 그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기존의 향약들은 주로 '4대 덕목'에 한정된 것이었던 반면, 초려의 향약은 풍속과 치안을 경제ㆍ교육 등과 연계시켜 논의하고 있다.

둘째, 한 고을을 중심으로 입안된 기존의 향약들과 달리, 초려의 '향약'은 전국적인 시행을 염두에 두고 보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고안된 것이다.

셋째, 조선시대는 양(良)ㆍ천(賤)이 구분되는 신분사회였던바, 초려는 양민과 천민이 함께 참여하는 제도를 고안했다.

많은 유학자들이 정훈을 남기고 있으나, 그것들은 대부분 윤리적 덕목을 중심으로 자손을 훈계하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초려의 '정훈'은 가정의례ㆍ가정경제ㆍ친족관계ㆍ사회생활 등 전반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침들을 제시한 것이다. 윤리적 훈계나 근검절약의 강조 등은 모든 선비들의 정훈에 공통되는 내용이지만, 가정경제의 규모를 정확하게 산출하여 살림의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제택(第宅)을 설계하여 제시한 것 등은 초려 '정훈'만의 특징이다. 이상에서 초려의 개혁사상을 간단히 소개했거니와, 그 특징은 보편성의 추구와 실학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3.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4.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1. KT&G 상상마당 제7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설공찬' 최종선정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