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베이비붐세대는 그동안 한국경제의 수출주도형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여성들의 기여도 눈부시다. 1970년대 우리나라 수출산업을 포함한 제조업 노동력의 과반이 여성노동력이었다. 학력은 요즘처럼 높지 않았지만 도시와 농촌 할 것 없이 여성들도 젊어서부터 공장이나 회사에 취업하여 주력 수출산업의 역군으로 청춘을 불살랐던 것이다. 70년대 당시 우리나라는 출산율도 높았고 근면과 소위 '헝그리정신'에 투철했다. 모든 물자가 항상 부족했기 때문에 절약하는 생활이 몸에 배었다. 한번 쓴 종이도 뒤집어서 다시 썼고 몽당연필도 대롱에 끼워서까지 썼다. 물이 그냥 흐르는 수도꼭지는 반드시 잠가야 했고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밤늦게 공부하는 것조차 말릴 정도로 전기도 지독하게 아껴 썼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베이비붐세대의 다수는 부모와 함께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해 나왔다. 그 규모는 매년 평균 40만~50만명에 이르렀다. 가족이 함께 도시로 나오기도 했지만 젊은이들이 진학을 위해서 또는 일자리를 구해서 도시로 이동한 경우도 많았다. 우리나라 수출의 급속한 증가는 이들에게도 일자리를 넉넉하게 줄 수 있었다. 교육열도 높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이었더라도 일자리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했다.
사실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과정은 과거 선진국들의 성장경험을 압축경험하는 과정이었다. 영국의 60년간 성장과정을 약 20년 동안에, 미국의 90년간 성장과정을 약 30년 동안에, 그리고 일본의 60년 성장과정을 약 30년 동안에 달성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이제 1조달러에 달하는 수출입규모를 가지고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000달러를 상회하게 됐다. 이 과정은 베이비붐세대가 청년기를 거쳐 장년이 되고 다시 초로의 나이가 되는 시기와 대체로 일치한다. 대한민국의 영광은 그들의 영광이었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기업들의 정년퇴직구조를 적용할 때 이들의 은퇴규모는 올해 중 13만명에서 시작해 매년 증가하다가 2020년 44만명으로 최고점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베이비붐세대의 대대적인 은퇴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새로운 과제들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조업, 건설업 등 일부 주요 중고령인력 종사 산업들에서 베이비붐세대의 대대적인 은퇴가 초래할 수 있는 인력부족현상의 출현가능성이다. 이 때문에 제기되는 은퇴연기론 등은 최근 심각한 청년층 실업문제와 무관하지 않아서 서로 상충할 가능성도 있다. 다행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부 일자리분야를 제외하면 상충가능성이 크게 높지 않아서 은퇴를 분산시킬 수 있는 정책노력의 여지도 크다.
또한 은퇴에 즈음한 베이비붐세대의 고급숙련기능의 세대전승을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카이세대 숙련기술자 은퇴에 대비하는 일본정부의 노력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은퇴임박 노동력을 위해 상시적인 전직지원서비스 제공과 전직지원형 겸업 허용, 임금피크제 도입, 시간제근로의 정착 등의 시책들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대비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므로 이들을 위한 내실 있는 일자리대책과 복지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오늘날 이 땅의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이 현재 맞고 있는 수많은 위협적인 도전들에 대해 성공적으로 응전해나가기 위해서는 그동안 대한민국을 눈부시게 발전시켰던 우리 베이비붐세대의 열정과 지혜, 그리고 용기를 몸으로 그리고 겸허하게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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