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까지 연못을 그냥 작은 웅덩이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연못은 선비들이 그 옆에 정자를 짓고 마음을 다스리는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는 물을 정화하여 먹는 물을 얻는 곳이기도 했다. 이 연못에는 연꽃뿐 만 아니라 부들, 마름, 부레옥잠, 개구리밥, 줄, 갈대 등 여러가지 수초들이 나름대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개구리, 잠자리, 방아깨비, 물방개, 소금쟁이들이 자웅을 겨루기도 하고 짝을 찾아 서로 노닐곤 하던 생물다양성의 보고였다.
요즈음 보존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자연늪지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연못은 대개 생활의 필요성에서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었다. 지금은 어느 사적지나 지체 높았던 선비들이 기거했던 곳이나 전원생활을 즐기는 분들이 연못을 조성하고 그 밖의 민간에서 조성했던 연못들은 상ㆍ하수도의 보급과 함께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민간에서 만들어 썼던 연못은 선비들을 포함한 호사가들의 연못과는 사뭇 다른 성격을 띠고 있었다. 비를 식수로 공급하는 정수장의 역할을 했다. 갯마을이나 비가 적게 오는 마을에서는 필수적인 시설이었다. 특히 갯마을은 식수를 구하려고 우물을 파더라도 소금기가 많은 짠물이 나오기 때문에 식수로 쓸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집집마다 연못을 만들어서 빗물을 모으거나 민물을 가두어 놓았다가 팔팔 끓여서 식수로 썼다. 이러한 물들을 깨끗하게 정화하기 위하여 연꽃을 비롯한 여러 가지 수초들을 심어 가꾸었다.
연못에서 수질정화에 쓰였을 뿐만 아니라 그 기능에 대한 현대적인 연구대상이 되는 수초들의 전시회가 국립중앙과학관 생물탐구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번쯤 짬을 내어 선조들의 지혜를 되새겨 보자.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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