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세 대전대 교수 |
그렇지만 실은 대전시 중구의회 뿐 아니라, 대전ㆍ충청지역 자치의회 상당수가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둘러싼 각종 추문에 휩싸여 있다.
대전 유성구 의회에서는 의장선출 1주일만에 불신임안이 제출되었고, 천안시 의회와 아산시 의회도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감투싸움을 벌이느라 의회 운영에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논산시 의회에서는 의장단 선거에서의 뒷돈 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경북 예천군 의회에서는 금품거래를 통해 의장자리를 얻으려 했던 장모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자치의회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갈등과 다툼이 전국에 만연해 목숨까지 걸고 있지만, 그 이유가 너무도 생뚱해 한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존재 의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모든 자치의원은 회의수당과 의정활동을 위한 실비를 보전 받고 연수 등의 명목으로 국내외 무료 여해을 즐기는 것 외에, 연간 수천만원의 급여를 따로 지급받는다. 그런데 의장이 되면 매월 300만원 내외의 활동비를 받을 수 있고, 부의장과 상임위원장도 보통 100만원 이상의 활동비를 받는다. 결국, 이 사람들은 연간 몇천만원이라는 추가수입을 위해 의사당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고소 고발을 남발해 의정 공백을 야기하는 셈이다.
지난 4월에도 이 지면을 통해 지적한 바와 같이, 지방의원 자질문제는 우리나라 자치제도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6월13일,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위원회'가 서울시를 제외한 6개 광역시 산하 74개 구ㆍ군 의회를 폐지하고 구청장과 군수를 임명제로 바꾸는 '광역시 자치구의 지위와 기능개편안'을 확정하였다.
이 개편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이에 대한 찬ㆍ반 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대립은 예산절감 및 행정효율 증대라는 '실리'와 지방자치 확대 및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명분론'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 광역시 산하 자치구의회의 역할에 관해서는, 광역시의회와 구별되는 독자적 기능이 미미하고 예산낭비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의 영향으로 정치성이 지나치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의 비리가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우리는 한국의 정치 현실 속에서 자치행정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초의회의 존재의미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서양 학자들이 서구사회의 현실에 기초하여 정립한 교과서 속의 이론에 의해 완성될 수는 없다. 한국의 역사와 정치ㆍ행정의 현실 속에서 한국의 지방자치제도와 그 성과를 분석하고, 그 속에서 기초단체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검토하여 그 존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 판단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대전시 중구의회, 유성구의회 등 우리 지역 기초의회가 없다면, 그리고 다섯명의 구청장을 직접 선출하지 않는다면, 대전시 또는 시의회에 권한이 집중되어 대전시민의 삶이 지금보다 불행해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우리지역 기초단체의 존속 필요성에 대한 대답과 일치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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