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록 경제부 차장 |
우리나라 헌법 제정 과정을 잠시 살펴보면, 1945년 8ㆍ15 해방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948년 5월 10일 우선 선거가 가능한 38선 남쪽 지역에서만 헌법 제정을 위한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됐다.
총선거에서 선출된 198명의 의원으로 제헌국회가 구성됐고, 1948년 7월 12일 '대한민국헌법'이 국회에서 완전히 통과됐다.
이렇게 제정된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에서 의장 이승만이 서명한 후 공포됐다.
헌법에는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명시돼 있다. 권력이나 재력 등 배경이 법을 뛰어넘을 수 없고, 넘어서서도 안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는 듯 싶다. 재벌가나 거물 정치인 등 소위 권력자 앞에서는 고무줄처럼 적용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의 유래도 지레 짐작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에서는 최고 재벌가의 녹을 먹는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엄청난 음모가 숨겨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려 하는 검사에게 “전쟁의 북소리가 들리면 법은 침묵한다”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극의 전개상 전쟁은 대통령 선거를 뜻한 것일테고, 법은 최고 권력자의 주변에서 권력 콩고물을 얻으려는 추종자들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사는 변호사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법은 지켜져야 한다. 공평하지 않은 법인데…”하며 자괴감 섞인 물음과 함께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장면이 바뀐다.
허구인 드라마지만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극 전개 내용이 가슴 깊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경기불황 지속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갈수록 서민들의 삶은 궁핍해지면서 우리 주변을 돌아볼 여유는 온데간데 사라진지 오래다.
이같은 서민들이 최소한의 용기와 희망을 품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공명정대한 법이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아직 이 사회가 공정하고 깨끗하게 유지되고, 밝은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하는 법이 존재하고, 그 법을 준수하려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이영록ㆍ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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