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유등천변의 도마교 아래에 수십 명이 모여 화투판을 벌이고 있다. |
규모가 큰 도박판은 아니지만 산책이나 운동을 나온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 큰 문제는 공공장소라 할 수 있는 이곳을 누군가 무단점유해 자릿세를 받아가며 판을 깔아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12일 오전 도마교 아래 유등천변에서는 너댓명의 남성이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또 이들 주변으로는 서너명이 둘러서서 무언가를 열심히 구경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이들의 손에는 화투장이 들려 있었고, 앞에 쌓아둔 수북한 동전과 지폐가 오갔다.
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은 곳에는 시멘트 위에 누군가가 가지런히 장판을 깔아 놓은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이들 바로 옆에는 서너 명의 남성이 장판과 방석 등을 쌓아 놓고 둘러 앉아 있다 화투를 치는 사람들에게 커피를 끓여 나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잠시 뒤 한 남성이 넓게 깔린 장판 위 곳곳에 재떨이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깡통 10여개를 가져다 놓더니,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가게 주인의 모습처럼 주변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다시 찾아가자 이곳에서는 도박장을 연상케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군데 군데 너댓 명씩 모여 앉은 50여 명의 사람들이 제 각기 화투장을 손에 들고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한산했던 오전 시간과는 또 달리 넓게 깔아 놓은 장판 위에 자리가 모자라 주변으로까지 장판이 조각 조각 깔리고, 곳곳에서 화투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
교각 위로 붙여진 '시민 휴게 쉼터'라는 표지판은 무색하기만 했다.
대부분은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성들이었지만, 여성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화투판 위에 올려진 돈은 대부분 천원짜리 내지는 오천원짜리 지폐나 동전들로 판이 커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동네 주민 한둘이 더위를 피해 다리 밑에 나와 심심풀이로 화투를 즐기고 있다고 보기도 힘든 광경이었다.
더욱이 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휴식 공간이라고 보기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다.
또 공공장소를 누군가가 아예 도박장 처럼 꾸며놓고 사람들을 유인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접근이 어려워 누가 이곳에 화투판을 벌여 놨는지, 실제 자릿세 등 명목으로 돈이 오가고 있는지 여부는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 일대에서는 자릿세를 주고 받으며 화투판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소문이다.
한 시민은 “사람들이 도마교 아래에서 자리세를 내고 화투를 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어떤 사람들이 그곳에서 장사를 하듯 판을 벌여놓은 것인지는 몰라도 공공장소에서 그런다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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