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빗물을 자원화하는 일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법과 조례까지 만들어졌으나 빗물을 받아 중수도처럼 사용하거나 도심에 빗물을 땅속에 스밀 수 있는 침투시설은 부족한 상태다.
▲빗물 활용 조경수가 한계=대전에서 빗물을 받아 재사용하는 빗물이용시설은 모두 6곳에 그친다.
중구 은행선화동주민센터가 지난해 12월 지하에 물탱크(15t)를 묻고 빗물을 모아 필요할 때 활용하고 있으며 용운국제수영장도 370t 용량의 빗물 저장시설을 마련해 지붕에 내린 빗물을 모으고 있다. 또 한밭운동장과 대청호자연생태관 등이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버려지는 빗물을 자원으로 여겨 10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빗물 재사용시설을 설치한 사례에 해당하지만, 애써 모은 빗물을 사용하는 곳은 청소와 조경수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월드컵경기장 등의 일부 빗물이용시설은 낙엽 등의 이물질 등으로 빗물 저장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 빗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화장실이나 난방용 등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아직 없다. 또 불투수층으로 덮인 도심에서 빗물의 땅속 침투를 촉진할 수 있는 빗물 도랑이나 정원 등의 개념은 도입도 되지 않았고 빗물침투통 역시 몇 개에 불과하다. 다만, 보도에 블록을 재시공할 때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잔디블록을 사용하는 추세다.
은행선화동주민센터 김재욱 동장은 “빗물은 쉽게 모을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지만, 화장실 등의 중수도로 사용하려면 정화장치와 배관 등에 시설비가 상당히 들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조례 있으나마나=지역에서 빗물 활용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역시 부족한 상태다.
시는 2010년 '빗물관리에 관한 조례'에 이어 지난 6월 '대전시 물의 재이용 촉진 지원조례'까지 만들었으나 규정이 강제성 없는 권고에 그치고 있다. 지붕면적이 1000㎡ 이상의 시설물을 설치할 때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건축 연면적 6만㎡ 이상인 문화ㆍ집회시설, 의료시설에 중수도의 설치 운영을 '권장'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물이용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나 지원사례는 지난해 3000만원 한 건이 전부다.
최능배 맑은물정채과장은 “빗물을 활용하는 일이 도심의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투자 대비 효용 측면에서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전시 물재이용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한근수 시의원은 “지난해 관공서를 대상으로 빗물 재이용시설을 설치 신청을 받았으나 한 곳만 신청한 것은 행정기관이 빗물 자원화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보여준다”며 “태양광발전처럼 빗물도 자원이라는 인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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