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누가 봐도 미친 짓이다. 마포구청 7급 공무원 한대희(윤제문)가 누군가. 공무원? 누가 건드리지만 않으면 연봉 10억 원 받는 대기업 임원 부럽지 않다는 사람이다. 좌우명도 '흥분하면 지는 거다'다. 이런 평정심의 대가가 그의 집 지하실을 시끌벅적 인디밴드에게 덜컥 내줬으니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게다가 인디밴드 '삼삼은구'의 베이스로 긴급 투입된다. 이 아저씨, 오랜 친구였던 유재석, 강호동(TV속의)과 작별을 고했다. 왜? 베이스 기타가 재밌으니까.-
'당신의 꿈은 어디에…'하고 묻는 다소 진부한 내러티브가 힘을 얻는 건 윤제문의 연기 덕분이다. 배 깔고 엎드려 세상이 무너져도 꿈쩍 않는 공무원에서 '위험한 흥분'으로 치닫는 기타리스트까지 능청스럽지만 선을 넘지 않는 그의 연기는 자연스럽게 입꼬리를 올라가게 한다. 윤제문이 왜 연기 잘 하는 배우인지 그가 빚어낸 '귀여운 아저씨'를 따라 가다 보면 절로 알게 된다. 홍대 문화와 음악, 현대인의 삶을 유쾌하게 풀어낸 섬세한 연출도 좋다. 덕분에 웃음에 더해 울림도 만만치 않다.
“어차피 우린 다들 이런저런 환각에 빠져 살다 죽잖아? 종교 사상 돈 인기 마약 음식 사랑…. 음악은 우리가 홀딱 빠지는 수많은 환각 중에 꽤 괜찮은 놈이야. 싸구 좋잖냐.”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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