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Why? 연가시]제대로된 변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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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Why? 연가시]제대로된 변종을 만났다

살인기생충에 대한 호기심 탄탄한 기획으로 살려

  • 승인 2012-07-12 14:17
  • 신문게재 2012-07-13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갑자기 폭식한다. 그래도 몸 안에 뭔가가 들어와 있는 듯 살이 찌지 않는다면 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갈증이 심해지고 물을 하마처럼 들이켜기 시작하면 위험신호다. 2~3일 안에 강물에 뛰어들지 모른다. 살인기생충 연가시에 감염되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고백하건대, 영화 '연가시'도 이런 감염 증상으로 고생할 거라 예상했다. 재난영화임에도 '재난'보다 '가족드라마'에 치중한다, 플롯이 엉성하다, 극적 당위성과 논리가 떨어진다 등등 언론매체의 평들에 잔뜩 물을 먹은 데다, 앞에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란 큰 강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강에 빠져 익사할 줄 알았다.

대박 조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일반인 대상의 모니터링 시사 평점이 비교적 높게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었다. 그래도, 영화 속 대사처럼, “그저 수백 명 감염시키고 수십 명 죽을지 알았어요.”

'연가시'가 구충제 '윈다졸'을 박스째 먹은 듯 건강하고 씩씩하게 흥행가도를 질주 중이다. '거미인간'조차 감염시켜 강물로 보낼 태세다. 예상이 빗나간 기자로서 궁금할 밖에. 대체 '연가시'의 무엇이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어 맨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에게 물어봤다. 관객들은 기생충 연가시에 대한 호기심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곱등이 메뚜기 사마귀 같은 곤충에 기생하는 연가시는 숙주를 물가로 데려가 자살을 유도하는 독특한 생존방식으로 한때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한 기생충'이다. 이 끔찍한 기생충이 변이를 일으켜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가정'이 흥미를 끌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획의 승리라는 얘기다. 또한 배우들이 내뿜는 시너지도 상당하다. '연기본좌' 김명민과 문정희 같은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관객들이 뽑은 연기 '갑'은 엑스트라들이다. 갈증을 호소하다 수족관에 몸을 던지는 여자, 자동차를 세우고 갑자기 한강으로 뛰어드는 남자, 수용시설을 탈출해 계곡으로 뛰어들어 죽음을 자초하는 감염자들. 좀비를 연상시키는 단역들의 연기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는 것.

딴 눈 팔 수 없게 만드는 빠른 전개도 포인트다. 박정우 감독은 전달할 것이 너무 많아 여유부릴 틈이 없었다고 하지만 다른 데 뜻이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 되는 부분을 무마하기 위해 뒤돌아보지 못하도록 초스피드로 달리는 것 아니냐는 거다.

물론 한두 가지 설명은 되겠지만 이것들이 기대치를 훌쩍 넘는 '연가시'의 흥행돌풍을 다 말해주진 못한다. 영화 속 재필은 “세상에 변종들 참 많아”라고 말한다. 그래, 예상이 틀린 핑계, 대박 흥행을 하는 이유, 우리는 변종을 만난 게 틀림없어.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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