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가 구충제 '윈다졸'을 박스째 먹은 듯 건강하고 씩씩하게 흥행가도를 질주 중이다. '거미인간'조차 감염시켜 강물로 보낼 태세다. 예상이 빗나간 기자로서 궁금할 밖에. 대체 '연가시'의 무엇이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어 맨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에게 물어봤다. 관객들은 기생충 연가시에 대한 호기심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곱등이 메뚜기 사마귀 같은 곤충에 기생하는 연가시는 숙주를 물가로 데려가 자살을 유도하는 독특한 생존방식으로 한때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한 기생충'이다. 이 끔찍한 기생충이 변이를 일으켜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가정'이 흥미를 끌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획의 승리라는 얘기다. 또한 배우들이 내뿜는 시너지도 상당하다. '연기본좌' 김명민과 문정희 같은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관객들이 뽑은 연기 '갑'은 엑스트라들이다. 갈증을 호소하다 수족관에 몸을 던지는 여자, 자동차를 세우고 갑자기 한강으로 뛰어드는 남자, 수용시설을 탈출해 계곡으로 뛰어들어 죽음을 자초하는 감염자들. 좀비를 연상시키는 단역들의 연기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는 것.
딴 눈 팔 수 없게 만드는 빠른 전개도 포인트다. 박정우 감독은 전달할 것이 너무 많아 여유부릴 틈이 없었다고 하지만 다른 데 뜻이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 되는 부분을 무마하기 위해 뒤돌아보지 못하도록 초스피드로 달리는 것 아니냐는 거다.
물론 한두 가지 설명은 되겠지만 이것들이 기대치를 훌쩍 넘는 '연가시'의 흥행돌풍을 다 말해주진 못한다. 영화 속 재필은 “세상에 변종들 참 많아”라고 말한다. 그래, 예상이 틀린 핑계, 대박 흥행을 하는 이유, 우리는 변종을 만난 게 틀림없어.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