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서늘한 무서운 영화가 맛있는 계절이다. 지난주 '키드넵:한밤의 침입자'를 시작으로 이번 주 '두 개의 달', 다음 주 '엑소시즈머스', 다다음 주 '무서운 이야기'가 차례로 개봉한다. 다음 달엔 '피라냐 3DD', '포제션:악령의 상자' 등이 더위 사냥에 나선다.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대사가 생각난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 두 개의 달이 뜨면 큰 화를 입으리라.” 영화 '두 개의 달'에서 주인공들이 보게 되는 두 개의 달은 이승과 저승 두 세계가 만나는 공간,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자가 공존하는 시간을 뜻한다. 화가 없을 리 없다.
출발은 공포영화 '쏘우'를 연상시킨다. 영문도 모른 채 지하실에 붙잡혀온 세 남녀가 깨어난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세 명의 남녀는 서로를 보고 소스라치고 무서워 떤다. 대학생 석호(김지석)와 여고생 인정(박진주)은 집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이상한 건 이들이 과거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소희(박한별)는 채근한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기이한 사건의 연속, 그리고 이들은 정말 납치된 걸까? 왜 기억을 잃었을까?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은 소희의 정체는 뭘까? 이 집엔 정말 살인자가 살고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초반 영화를 힘 있게 끌고 간다. 악령과 살인사건이 뒤섞이고 '진실게임' '범인 혹은 귀신 찾기'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긴장감이 넘친다.
김동빈 감독은 관객에게 사건과 심리 중심으로 조금씩 옥죄어가는 공포를 보여주고 싶은 듯하다. '갑툭신'(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귀신)이나 귀청을 찢을 듯한 효과음 같은 '서프라이즈'를 최대한 죽이고 이야기의 힘만으로 공포를 구축해가는 시도는 신선하다.
몇 안 되는 배우들이 러닝타임을 빼곡히 채워야하는 만큼 배우들의 몫도 크다. 배우들은 폭넓은 연기로 서로의 빈틈을 채운다. '써니'의 욕쟁이 박진주의 톡톡 튀는 연기, 박한별의 수상쩍은 연기, 김지석의 안정감 있는 연기는 적절하다. 특히 '댄싱퀸' '차형사' 등에서 코믹한 연기를 보여줬던 라미란이 섬뜩한 광녀 '연순'으로 변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거기까지다. 잘 짜인 스토리와 노련한 연출의 힘은 뒤로 갈수록 뚝뚝 떨어진다. 비밀이 모두 밝혀진 상황임에도 잡다한 설정이 너무 많은 게 그렇고 인물들의 과거를 엇갈려 배치한 뒤 하나의 '사건'으로 엮어낸 솜씨야 돋보이지만 그걸 연결하는 이음새가 헐거워 덜컥거린다.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를 표방한 고스트픽처스의 첫 작품. '모녀 귀' '이프' 등 공포소설을 써온 이종호 작가 등이 “새로운 공포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의기투합했다. 고스트픽처스는 “매년 한편씩 다양한 공포영화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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