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중]문화적 배타주의와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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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중]문화적 배타주의와 평등

[중도춘추]김시중 우송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2-07-12 14:08
  • 신문게재 2012-07-13 20면
  • 김시중 우송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김시중 우송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 김시중 우송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 김시중 우송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최근 평택 미군기지 거리에서 미 헌병대원들이 주차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진 시민과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강제로 부대까지 끌고 가려 하자 출동한 경찰이 수갑을 풀라고 요구하는 '민간인 수갑사용' 사건이 발생했다.

현행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은 미군 헌병이 위급상황에서 한국 민간인을 연행할 수 있지만, 한국 경찰관이 오면 즉시 인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이 같은 소파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고 미군에게 민간인의 인계를 강력히 요구하며 정당한 공무집행을 했는지 의문이다. 연행자가 곧바로 풀려날 경우 주변에 있던 주민들과 합세해 위험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경찰이 민간인들에 대해 '연행 후 석방'을 미군에게 요청했다는 말이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경찰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건은 미군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한 것은 명백한 주권침해 행위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사건은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배타적인 불법행위 사례다.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행한 불법행위의 사례를 살펴보자. “제발 때리지만 마세요.”

얼마 전 TV프로그램에서 국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하소연을 접한 일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인에 대해 두려움과 긴장 속에서 경계하며 극도의 적대감을 내보이는 실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유성의 한 사우나에서 경험한 일이다. 번잡하던 탕 안에 검은 피부의 외국인이 들어섰다. 외국인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기 위해 열탕 안에 들어오면서 참으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탕 안에 있던 사람들이 눈치를 보더니 하나 둘 탕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남은 것은 외국인뿐이었다. 혼자 탕 속에 남아있던 검은색 피부의 외국인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극도의 모멸감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필자가 외국여행하며 유럽의 사우나 및 수영장에서 경험한 그들의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는 위의 사례와는 정반대다.글로벌 시대로 명명되는 21세기 초입이건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세계화'란 단어가 체질화돼 있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를 찾는 많은 외국인은 우리의 차별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유럽, 미국 및 일본 등 선진국 국민보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사람들도 이런 불만이 많다.

최근 TV에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프로그램에서 토종 한국인이지만 얼굴이 동남아시아 사람같이 생긴 남자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배타적인 한국인의 태도와 불평등 정신의 사례를 접하며 우리의 문화적 배타주의와 연계된 차별주의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일부 기업에서의 조선족이나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비상식적인 학대 행위 및 차별이 단순히 적대감 때문에 빚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우리 한국인은 이러한 차별 의식을 단순히 생각에 그치지 않고 노골적인 형태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상대방에게 적의와 반감, 멸시감을 던져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직설적 화법과 행동에 익숙하다. 또 그러한 직설적인 어법과 행동이 사회적 미덕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21세기 세계화 시대는 절제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요구하고 있다. 단일민족 사회에 이질적으로 다가온 낯선 이방인들을 향한 우리의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는 단일민족의 전통 탓에 문화적 배타주의의 뿌리가 깊다. 이러한 문화적 배타주의가 차별주의로 연결되고 결국 외국인과 우리의 거리를 넓힐 뿐이다. 피부색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민족과 상관없이 인류는 보편하다는 평등정신,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국민으로서 한국인이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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