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인해 성행하던 가짜 석유 제조ㆍ판매 행위가 최근 유가 하락에도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적발 건수도 계속 늘고 있다.
11일 대전ㆍ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대전ㆍ충남지역에서만 모두 174건의 가짜 휘발유 제조ㆍ판매 행위가 적발돼 269명이 입건됐다. 지난해에는 적발 건수가 218건으로 늘어나 모두 406명이 입건됐다. 또 올해 상반기중 모두 82건이 적발돼 199명이 입건된 상태다.
이처럼 지속적인 단속에도 가짜 석유 제조ㆍ판매 행위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짜 석유를 구입해 사용하다 적발돼도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되지만,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거래 특성으로 구매자들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제조ㆍ판매 수법과 거래 방식도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 주택가 골목이나 지하주차장 등이 거래 장소로 주로 이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구매자가 약속 장소에 차를 주차해 놓으면 판매자가 차를 끌고가 가짜 석유를 주유하고 다시 가져다 놓는 방법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판매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차량 등을 사용하며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손쉬운 제조 방법도 가짜 석유 판매가 기승을 부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주재료가 되는 솔벤트나 시너 등은 공사현장이나 화방, 세탁업소 및 페인트 판매점 등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한 것들이다.
이 재료에 석유 등을 섞어 희석시키면 전문가도 판단하기 어려운 가짜 석유로 둔갑된다. 제조된 가짜 석유들은 단속을 피해 배달과 인터넷 주문 등 판매되는데 캔 형태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일명 '세녹스'라 불리는 석유제품과 다른 석유제품을 섞은 '원캔'과 소부시너와 에나멜시너를 섞은 '투캔'이 최근 대량 판매되고 있는 가짜 석유 제품이다. 판매 규모도 커져
제조업자들은 아예 폐공장을 입대해 대량 생산ㆍ판매 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일께 대전경찰에 붙잡힌 일당은 가짜 석유를 판매해 취한 부당이득 규모만 55억원에 달했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원료공급부터 제조 및 판매까지 전문화되고 대형화된 기업형 조직이 다수 출현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적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구매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제조ㆍ판매업자들도 존재하는 것”이라며 “가짜 석유를 찾는 구매자가 사라지지 않는 한 가짜 석유의 판매도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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