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은 대전 도심에서 갈 곳을 잃는다.
지표면에 닿은 빗물은 흙과 어우러져 땅에 스미거나 머물 틈도 없이 아스팔트 위를 구르다 빗물받이에 흘러 도시에서 사라진다. 이에따라 하천의 유량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이것은 집중호우에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대전의 도시팽창과 함께 빗물이 땅속으로 스밀 수 없는 불투수층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불투수층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대전 전체면적 중 건물이 들어서고 아스팔트가 포장된 대지와 도로의 면적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대전이 광역시로 승격한 1989년 전체 면적(539㎢) 중 대지와 도로면적으로 계산한 불투수층 비율은 10.5%(56.6㎢)다.
둔산과 유성이 개발돼 도로가 신설되고 건물이 들어선 1995년 대전의 불투수층 면적은 전체의 14%로 증가했다. 이후 2005년 16%에서 2010년 18%(94.7㎢)까지 늘어났다.
그만큼, 빗물이 땅 속에 스며들어 지하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빗물 순환고리가 단절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포장된 불투수층이 늘어나는 동안 도시계획 상에 빗물은 어떻게 반영됐을까.
가장 최근에 도시계획을 세워 입주를 시작한 대전 도안신도시의 '재해영향평가서'의 빗물 관리계획을 보면 신도시도 빗물은 '순환'보다 빠른 배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안신도시는 갑천의 수문 3곳을 통해 빗물이 빠져나가도록 설계됐다.
개발면적(611만2200㎡) 전체를 사실상 불투수층으로 만드는 개발이 진행돼 강우가 발생했을 때 최상류에서 최하류까지 빗물이 도착하는 시간은 적게는 3~5분 앞당겨졌고, 빗물이 아스팔트 위를 흘러 하천에 유입되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나마 도안신도시는 빗물의 순환을 고려해 자전거와 보행자도로를 투수성 포장재로 시공했다는 게 빗물 순환정책이다. 도안신도시개발에 앞서 도시가 형성된 대전의 대부분의 도심은 빗물의 땅속 침투나 저류하는 순환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개발돼왔다.
대전대 허재영 토목공학과 교수는 “도시는 대부분 불투수면으로 돼있어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우수관을 따라서 곧바로 하천으로 흘러가게 설계돼 있다”며 “문제는 도심에 투수층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인데 우수관의 바닥면을 투수가 가능한 형태로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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