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대전고법에서 복권 인도 소송과 관련한 시민 솔루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대전고등법원] |
이들 앞에 놓여진 해결 과제는 로또 복권 1등 당첨금을 놓고 한 남녀가 벌이고 있는 복권 인도 소송.
대전고등법원이 올해 시민의 눈높이에서 민사 사건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시민의 사법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TV 프로그램에서나 봄직한 '시민 솔루션 프로그램'을 전국 법원 가운데 최초로 도입했고, 이 사건은 그 두번째 솔루션 과제였다.
로또복권 당첨금 28억여원, 실 수령금 19억여원이라는 금액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소송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소송의 당사자는 각각 60대의 남녀로, 원고인 60대 여성이 자신의 여동생과 동거중이던 남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고려해 시민 패널도 남녀 동수로 구성됐다.
먼저 재판장과 주심 판사의 사건개요 설명이 이어지고, 곧 바로 원고와 피고 측의 공방이 시작되면서 회의장은 뜨겁게 달아 올랐다. 시민 패널들은 그럴 듯한 주장이 나오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미심쩍은 주장을 펼때면 고개를 갸웃하며 양쪽의 변론 과정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원고 측은 먼저 복권의 주인을 가릴 사건의 가장 큰 쟁점과 관련해 원고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자신의 돈으로 복권을 구입했고, 원고에게 돈을 주고 복권 구입을 부탁했다는 피고 측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이어 변론에 나선 피고 측은 피고가 원고에게 복권 구입을 부탁했다고 인정될 만한 정황적 근거들을 제시하며, 원고가 복권의 주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들을 설명해 나갔다.
시민 패널들은 송곳질문을 이어갔지만 증거는 없고 양쪽 다 팽팽한 주장을 이어가자 사건의 실타래는 더욱 꼬여만 갔다. 사건 당사자들의 퇴장 후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도 복권을 산 것이 누구의 돈이냐는 가장 중요한 쟁점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얼마 간의 토의 끝에 시민 패널들은 양쪽 주장 모두에 허점이 있고, 실제 주인이 누군가를 가리기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양쪽에 당첨금을 50대 50의 비율로 나눠갖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권고안에 대한 양쪽의 입장 차가 커 결국 시민 패널단은 조정 불가 판단을 내렸고, 최종 판단은 다시 재판부로 넘겨지게 됐다.
4시간 넘게 진행된 조정이 수포로 돌아간 뒤 한 시민 패널은 “진짜 솔로몬의 재판처럼 어려운 재판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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