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자백의 증거능력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형태]자백의 증거능력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2-07-09 15:20
  • 신문게재 2012-07-10 20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김형태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요즈음 드라마 중에 사극이 무척 많다. 그리고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음모와 배신 등이 등장하고 이에 따른 그 시대의 법적인 처벌절차가 나오게 된다. 이러한 법절차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바로 “네 죄는 네가 알렸다!”이다. 지방수령이나 포도대장 등이 죄인으로 의심받은 자를 붙잡아 온 후 처음으로 그에게 문초하는 말이다. 그리고 고문이 시작되고 그들에게 자백을 강요한다. 가련하고 두려움이 많은 이들은 대부분 고문이 시작되면 곧바로 허위로 자백하지만 주인공은 온갖 고문에도 자신의 무죄함을 주장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사건이 반전되어 주인공의 무고함이 밝혀지고 도리어 주인공을 함정에 빠뜨렸던 나쁜 놈들이 붙잡히게 된다. 결국 나쁜 놈들은 엄한 처벌받게 되고 이야기는 해피엔드로 끝난다. 이처럼 예전에는 죄가 있든 없든 자백으로부터 형사절차가 시작되었고 자백으로서 형사절차가 마무리되었다. 요사이 드라마는 곧바로 고문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실제는 이와 달리 옛날에도 이러한 고문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그가 진범이라는 점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있어야만 했다. 즉 진범이라고 보이는 유력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을 때에 고문이 시작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이 고문이 남용되기 쉬었던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지방수령이나 포도대장 등이 그들의 심증을 유력한 증거로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고문이 더욱 횡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자백을 해야만 처벌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예전 서양에서는 자백을 “증거의 여왕”으로 불렀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 자백은 증거의 여왕이 아닌 증거로서의 서자취급을 받고 있다. 즉 자백으로만 처벌할 수 없다는 형사법상의 원칙이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에도 범인이 자신의 잘못을 자백하고 선처를 바라는 경우에 간이공판절차라는 절차에 의하여 신속한 재판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설사 이러한 경우에도 자백이외에 다른 증거가 없다면 자백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위 원칙인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가 자백이 고문에 의한 경우이거나 폭행, 협박의 방법으로 또는 유도신문하거나 기망을 하여 자백을 받아낸 경우에는 아예 처음부터 증거를 삼을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 글의 제목에서 나온 '증거능력'이란 어려운 말은 어떠한 증거가 유죄를 인정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즉 증거능력이 있으면 증거로 삼을 수 있는 것이고 증거능력이 없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자백이 고문이나 폭행, 협박 기망의 방법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수백 년 동안 자유민주주의를 이루어 온 인류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인권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이룩한 가장 의미 있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것이다.

<김형태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3.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4.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1. KT&G 상상마당 제7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설공찬' 최종선정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