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길영 한국화학연구원, 중소기업지원단장 |
그리스와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 경제도 불안하다는 소식이다. 1997년 이른바 IMF사태를 겪은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힘을 모아 당시 경제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하고 경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해 아직도 그 후유증이 깊게 남아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에는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 국가들의 연쇄적인 국가재정위기가 발생하여 글로벌 경제가 매우 심각한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제불안이 지속되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동향에 민감한 영향을 받게 되고 그 결과 국내 기업의 활동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술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주최한 '중소기업 R&D 확충방안 토론회'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업체수 기준으로 전체의 99.9%, 종사자수 기준으로 87.8%를 차지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10년간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도 2007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최근에야 약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보유기술 수준이 높을수록 영업이익률 및 경상이익률, 수출비중이 높은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보유기술 수준이 높은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집중도와 연구개발 인력비중이 높은 경향을 나타냈다. 특히, 매출증가와 고용증가가 큰 고성장기업은 연구개발비 투자도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즉,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보유기술의 수준 향상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화학연구원은 화학분야 국책연구기관으로서 1976년 설립 이래 국가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면서 중소ㆍ중견 화학기업의 기술역량 강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36년간 연구원의 핵심연구역량을 활용해 중소기업과의 공동연구개발, 시험, 분석, 평가지원, 기술정보제공 등 다양한 정책들을 실천해 온 것이다.
2009년에는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담조직인 '중소기업지원단'을 설치하고 기존의 지원형태와 함께 시험ㆍ분석수수료 50% 인하, 테크노닥터 지원사업 등 새로운 형태의 지원정책들을 마련하여 지원하고 있다.
특히 테크노닥터 지원사업은 고경력 전문 연구자가 기업현장을 방문해 애로기술을 청취ㆍ확인하고 현장밀착형으로 해결방법을 자문ㆍ지도하는 사업이다.
지난 3년간 18개 중소기업을 지원하여 184억원의 내수 및 수출증가, 수입대체, 수율증대, 불량률 감소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2011년 한해동안 화학분야 중소기업에 대해 화학시험분석 997건, 신약 물성평가를 위한 약동력학 및 기초독성 평가 지원 1750건, 스케일 업을 위한 파일럿 장비 지원 27건 등을 지원했다.
첨단 정보제공을 위한 인프라확충도 추진됐다. 화학소재정보은행 물성정보 25만건, 화합물은행 보유 화합물 22만개, 화학정보센터 정보데이터 15만건 등이 중소기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구축돼 있다. 특히 지난해 발족한 '중소기업 한마음 협의회'는 그동안 화학(연)과 협력사업을 통해 성공적인 성과를 나타낸 40개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세계적 강소기업이 되기 위한 기술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중소기업들이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산학연 및 정부의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사업과의 연계체계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혁신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