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탯말이 표준어에 등극하려면 조건이 있다. 첫째로 옛 연기지역과 공주, 청원 토박이들이 경인(京人ㆍ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 행세할 정도는 돼야 한다. “세종말은 '유' 하고 말꼬리만 길게 빼면 돼유~” 하며 개그 소재로 삼거나, '괜찮아유'와 '됐슈'의 미묘한 차이로 학자들끼리 옥신각신할 즈음이면 무던히도 익숙한 헌법소원의 칼을 마구 꺼내 휘두를지 모른다. “서울이 역사적 의미와 문화를 선도한다는 점, 사용 인구가 가장 많다는 점, 지리적으로 중앙인 점 등”의 다양한 요인 때문에 '서울 표준어'가 합리적이라는 3년 전 헌재 판결이 떠오른다. 그보다 신행정수도를 두 동강낸 2004년의 관습헌법에는 한양 4대문 밖만 벗어나면 '시골'로 부르던 관념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충청도말이 백제 이래 다시 표준어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차령산맥을 기준으로 서북부와 동남부, 다시 경기어의 영향을 받은 동북지역과 동남지역으로 나뉜다. 서산, 당진, 홍성, 예산의 B역(域)이나 아산, 천안, 보은 등 C역보다는 세종, 공주, 논산, 대전, 금산, 옥천, 부여, 보령, 서천, 청양의 A역과 청주권 언어가 표준어 기준을 더 이룰 개연성이 크다. 세종시가 역사적, 문화적, 정신적 선도성을 갖추고 톡톡한 수도권 분산 효과로 충청권 인구 유입이 늘어 여러 지역 중산층의 말이 녹아들 때 충청 방언 일부는 표준어로 형성될 것 같다.
그때 세종말이 권력의 언어가 아닌 동질감의 친근한 언어적 지위를 얻는다면 표준어 규정을 '온 국민이 가장 즐겨 쓰는 세종말(충청말)'로 바꾸자고 주장할 용의가 있다. 서울이 '수도'(capital) 아닌 고유명사 '서울'(Seoul)이라고 소리소리 질러댈 반대 진영의 그림자가 상상 속에서 펄럭인다. 어느 것도 자아도취적 자긍심이 아닌 세종시 미래 정체성과 위상에 관한 것이라 아직은 시기상조다. “세종말이 표준어가 되는 건가요?” 이 글이 우문현답인지 현문우답인지는 따라서 지금 왈가왈부할 수 없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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