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월드컵 대표팀 초청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에서 TEAM 2002 박지성이 골을 넣고 히딩크 감독과 포옹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
2002년의 뜨거운 함성이 10년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울려퍼졌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태극전사들은 굵은 빗줄기 속에도 그보다 더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그때만큼의 움직임은 보이지 못했지만 2002년의 벅찬 감동을 재현해내기에는 충분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 등 2002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최고 선수들로 구성된 '팀 2012'와 'K리그 올스타전 2012'를 치렀다.
안정환 K리그 홍보팀장과 김남일, 설기현(이상 인천) 등 당시 선수들과 거스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정해성, 김현태 코치 등 코칭스태프까지. 당시 대표팀이 다시 모여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를 밟은 것은 2002년 독일과 4강전 이후 꼭 10년 10일 만이다.
팀 2002는 전반 초반까지는 제법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을용 강원 코치의 예리한 패스에 이어 유상철 대전 감독이 첫 슈팅을 날리며 기선을 제압하는 듯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는 못했다. 최진철(41) 대한축구협회 전문지도자는 헛발질을 한 뒤 넘어져 웃음을 자아냈다. 황선홍 포항 감독(44)은 박지성의 질풍같은 드리블에 이은 패스를 미처 받지 못했다. 유상철 대전 감독(39)도 주력이 달려 공 소유권을 뺏기자 상대 수비수 아디를 밀어 넘어뜨렸다.
그래도 왕년의 실력이 어디 간 건 아니었다. 최진철은 헤딩슛으로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팀 2012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본격적인 실력이 발휘된 건 전반 막판 안정환과 최태욱, 현영민(이상 서울) 등이 투입된 다음이었다. 현역에 있거나 은퇴한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피'였다. 전반 26분 최용수 서울 감독(39)이 설기현의 패스를 받아 골 그물을 갈랐다. 2002년 미국전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날린 아쉬움을 10년 만에 날린 한방이었다.
이어 7분 뒤에는 2002 월드컵이 낳은 최고 스타 박지성이 힘을 냈다. 역시 설기현의 크로스를 받아 추가골을 터뜨리며 관중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박지성은 10년 전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넣었을 때처럼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감격적인 포옹을 나눴다.
비록 팀 2002는 전반에만 K리그 올스타들에게 전후반 3골씩 내주며 경기에서는 3-6으로 졌다. 하지만 승부를 떠나 장맛비 속에서도 열띤 응원을 펼쳐준 팬들을 위해 후회없이 뛰었고, 3만7000여 명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선수들은 2002년 때처럼 팬들을 위해 그라운드를 미끄러지는 슬라이딩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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