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탁한 물에 고기가 산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최민호] 탁한 물에 고기가 산다?

[시론]최민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 승인 2012-07-04 17:14
  • 신문게재 2012-07-05 21면
  • 최민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최민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 최민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 최민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자고로,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하는 법이여.' 사회생활의 흔들리지 않는 진실의 금과옥조로 우리는 이 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기가 수초나 영양분이 많은 탁한 물에 꼬이는 것을 어렸을 적부터 봐오면서 학교에선 선생님에게, 사회에서는 선배들에게 듣고 자란 우리에게 이 말은 실증적으로도 입증이 끝난 말이다. 정치계에서는 물론 기업계, 공직사회, 심지어 교육계에서도 보편타당한 진리로 이 말은 통용되고 있다.

하천을 1급수의 수질로, 바다를 청정해역으로 개선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부으면서도 우리가 철썩같이 믿고 있는 말, 바로 이 말이다. 수초가 있고 영양분이 있는 곳에 고기가 꼬이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그러자면 그 물은 자연히 탁해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이 말의 뉘앙스는 꼭 그런 것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적당한 부정과 부패가 사회생활에는 없을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한 것이다.

설사 이 말을 사회생활에서 가져야 할 원만하고 너그러운 인간관계를 비유한 말이라고 변명하더라도 이 말에서 느껴지는 어감은 그렇게 산뜻하지 못하다.

'맑은 물에 고기 못사는 법이여, 그러니 너무 따지지 말아. 결국 꿩 잡는 건 매 아닌가.'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다. 적당한 타협과 눈 감아주기,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으로 '너 좋고 나 좋으면 무엇이 문제냐'는 풍조를 우리는 이 말 한마디로 타당화시켜 왔다.

올해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고, 특히 우리지역은 새로운 세종시가 출범하는 해다. 무엇을 새롭게 할 것인가. 물을 갈아 새롭게 한다고 하면서 여전히 우리가 이 말을 버리지 못하는 한 무엇으로 새롭게 할 것인가. 낮에는 공무원의 청렴도를 그렇게 강조하는 지도자가 저녁에는 이 말을 한다면?

탁한 물에서나 잡히는 붕어나 피라미를 고기라 하면서 정작 1급수에서 잡히는 연어같은 값비싼 고급어종은 수입이나 해야 구경하면서 이 말을 한다면?

맑고 투명한 사회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와 탁하고 어두운 사회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중 누가 우리에게 이익이 될지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이 말을 한다면? 사회의 어둡고 소외된 자들을 도와주고 정의와 도덕을 바로 세워 줄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외치면서 정작 정치인에게 하는 말이 이 말이라면?

더욱이 자라나는 어린 자식들에게 세상사는 요령을 가르쳐 준다며 첫 번째로 하는 말이 바로 이 말이라면?

탁한 물에서만 고기가 산다는 말은 물리적으로나, 이치상으로 맞지도 않는 말이다.

맑은 물에 사는 고기도 있고, 흐린 물에 사는 고기도 있고, 깊은 물이든 낮은 물이든 다 고기가 사는 물이란 있는 법이고, 바람직하기는 맑고 청정한 수역에서 자란 고기야 말로 더 값이 나가고 귀한 고기임에 틀림없다. 물이 맑기가 그만큼 어려운 법이니까. 우리사회에서 이런 저급한 처신을 언제까지 후손들에게 가르칠 것인가. 영양가가 없는 물이라면 사료를 줄 일이지, 더럽고 탁하게 만들라고 가르쳐서야 되겠는가. 인정이 각박한 사람에게는 인간적인 배려와 포용을 가르칠 일이지, 적당히 속고, 속아야 한다고 가르칠 일인가. 새로운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맑고 투명한 행정을 기대해 본다.

능력있고 청렴하고 지역에 대해 애정이 있는 공직자가 높이 평가받는 풍토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성실히 일하고 노력하는 기업인이 성공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회가 되길 기다려 본다.

누구에게도 타당하고 납득되는 건전한 기준이 시민 사회를 움직이는 1급수의 청정도시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그리하여 우리 세종시에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격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자고로, 맑은 물에 고기가 살게 해야 하는 법이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3.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4.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1. KT&G 상상마당 제7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설공찬' 최종선정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