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
이는 제5공화국에 들어서서 '청탁배격(請託排擊) 범국민 운동'을 벌이면서 특히 인ㆍ허가, 공사, 물품구매 등 이권분야, 취직ㆍ승진ㆍ전보 등 인사 분야, 세무ㆍ수사 등 사건 분야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걸쳐 청탁풍조를 척결한다며 결의대회와 서명운동을 벌이던 때의 풍경이다. 이에 앞서 1975년에 전개한 '서정쇄신(庶政刷新)'은 각종 청탁을 배격하고 부조리 근절에 중점을 둔 대대적인 공직정화를 추진했다. 공직사회를 얼마나 긴장시켰던지 감찰반이 나타났다 하면 '서정 새 떴다'며 몸을 사렸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청탁 금지를 중점으로 하는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을 연내 입법 목표로 추진한다는데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향응, 금품수수행위에 이른바 '대가성'여부를 불문하고 처벌하는 '초강력 청백리 법'을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쉽사리 지울 수 없는 과제라 볼 수 있는 청탁, 이는 청탁을 한 사람이나 관련되는 사람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거나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게 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상급자의 업무상 정당한 지시를 제외하고는 내ㆍ외부에서 행해지는 '로비'나 '압력'도 그 범주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주위에서 관공서 등에 용무가 있을 때 “누구 아는 사람 좀 없나?”하는 말을 듣는데 이는 작은 일이라도 '소개를 받거나 전화 한 통화'라도 한 뒤에 찾아가야 수월하게 일을 볼 수 있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아직도 관공서에 가거나 공무원을 만나면 왠지 서먹서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도 자리한다.
또는 같은 일이라도 쉽게 처리되는가하면 반대로 까다롭고 힘들게 되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황을 염려하여 미리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고 어떤 때는 청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심지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선수 선발에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하여 파문이 일었는가하면 어느 언론사는 선거를 앞두고 압력이나 청탁을 배격한다고 선언한 바 있고 공기업들도 청탁배격이나 관련업체와의 부조리 추방 결의를 하는 것을 보면 청탁풍조는 사회 각 분야에 만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위로는 최고통치자로부터 일선 공직기관장까지 인사청탁을 하면 패가망신하는 불이익을 주겠다고까지 공언을 했지만, 인사철이 되면 그런 공언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쉽게 근절될 수 없는 일인가 한다.
이러한 청탁풍조는 우리나라 특유의 '연고 문화'와 '온정주의' 등에 실려 길고도 질겨서 쉽게 근절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렇기에 그동안 번번이 노력을 해왔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지 않은가?
또한 아무리 청탁에 초연한다고 해도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지 못한다'거나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까지 매도되고 또 언젠가는 서로 부탁을 해야 되는 입장을 염두에 두면서 박절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청탁의 폐해는 정당한 업무집행에 주름을 주면서 부적절한 이권이나 특혜를 얻는 측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있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금품과 향응, 대가가 오고 가는 검은 뒷거래가 있게 되고 특히 '공정한 룰'을 어김으로 인하여 변칙과 편법이 횡행하는 사회, 불신과 냉소가 나도는 풍조가 만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계획대로 법이 만들어 지면 '어렵게 청탁을 하거나 굳이 청탁을 하지 않더라도 결과는 모두 같고, 어느 경우에도 될 것은 되고 안 될 것은 안 되는 원칙'이 정착되고 아울러 청탁 앞에 고민해야 하는 관계자도 심적 갈등에서 벗어나게 될 것인가? 하지만 엄격한 법적용이나 대대적인 단속 못지않게 지속적인 인식개선과 정화노력이 있어야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의 정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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