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그러나 요즘 대학 방학은 옛날과는 달리 한가한 캠퍼스가 아니라 한 학기의 연장선상에서 분주하기만 하다.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 그동안 미진했던 토익이나 전공 자격증을 따기 위한 특강을 듣기도 하고, 현장학습을 떠나거나 취업을 위한 연수과정에 참여하기도 하고, 학군단 후보생이나 군사학과 학생들은 병영훈련에 들어간다. 더러는 배낭여행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자비를 들여가며 힘든 해외봉사에 나서는 갸륵한 학생들도 있다.
무엇이든 좋다. 무엇이 더 좋고 더 나쁘다는 기준은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일이요, 그것이 또한 젊음의 특권이 아닌가도 생각한다. 건강 측면에서도 젊음의 열기는 무엇을 통해서라도 제때 발산하는 것이 정신에도 육체에도 바람직하다.
학교에서는 방학 때마다 학생들에게 판을 벌여주는 작업을 줄곧 해왔다. 여러 가지 토익강좌를 비롯한 각종 특강을 마련해 미진한 학과목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배낭여행 신청서를 받아 10여 개 팀을 선정하여 150만~20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큰돈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의욕의 '불씨'를 지피는 데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국내외 봉사 프로그램에 대한 문호도 대폭 넓혔다. 다이어트 캠프, 금연 캠프 등 자신의 인내력에 도전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기숙사도 통상 방학 중에는 학생들을 모두 내보내고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각종 프로그램에 참가하든지, 아니면 시원한 도서관에서 마음껏 독서삼매경에 빠져보겠다든지 방학 중 학교에 남아 있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교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방학 때 더 바빠지는 역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학기 중에 미뤄왔던 교육환경 개선사업 공사도 벌여야 하고 교수들은 학기중에 하지 못했던 각종 프로젝트들의 연구수행과 다음 학기 강의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방학을 맞아 캠퍼스가 겉으로는 텅 빈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더 분주한 일상을 맞고 있다.
나는 교직원들에게 방학은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교직원들에게는 훌륭한 준비의 기간임을 늘 강조해오고 있다. 교수들도 불요불급한 해외여행을 제외하고는 연구실을 지킬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보다 잘하는 대학을 찾아가 벤치마킹을 해오기도 하고, 더러는 현장체험을 나가 그동안 빠르게 바뀌고 있는 산업현장을 체험하고 학생들의 강의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도 일정기간의 휴가를 제외하고는 정상근무를 한다. 상당수의 대학들이 방학중 단축근무를 실시하는 등 휴지기로 들어가는데 내 생각은 정반대다. 학생들이 나오지 않아 다소 여유로워진 환경에서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업무에서의 개선점이라든가 효율적인 학사운영을 위한 방안 등 뜯어고쳐야 할 많은 일들을 추진해야 한다.
학교 전체적으로는 장기적 마스터플랜에 의한 건물 신축계획, 실험실습 기자재 구입도 해야 하며, 학생수 감소에 대비한 대학 구조조정 계획도 꾸준히 추진해나가야 한다. '반값 등록금'의 회오리 앞에서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의 체질전환도 필수적이다. 또한 8월 말부터는 내년도 신학기 학생모집이 시작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홍보 및 입학사무도 가동해야 한다.
이같은 필자의 생각에 교직원들은 방학 때 쉬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일이 많다고 불평을 털어놓을지 모른다. 그러나 학교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교육환경에 대비해나가기 위해서는 한시가 부족하기만 하다. 불확실한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이 시대 대학인들의 공통된 고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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