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지위 높아졌다' 말은 왜곡… 한국 性격차 세계 평균 밑돌아

'여성지위 높아졌다' 말은 왜곡… 한국 性격차 세계 평균 밑돌아

저출산 등 국가적 위기 봉착… 빠른 변화에 유연한 대처 필요

  • 승인 2012-07-03 14:29
  • 신문게재 2012-07-04 12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인터뷰-민경자 원장

▲ 민경자 원장
▲ 민경자 원장
-먼저, 개원 13주년을 축하합니다. 지난달 25일 기념세미나로 '복지정책에서의 성평등과 젠더정치'를 다루셨는데요.

▲여성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 최근 국가정책의 주요 사안이 되고 있는 복지분야에 대해 성평등 관점에서 논의를 한 것입니다. 그동안 장애인, 노인, 청소년, 보육, 한부모가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복지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투자과정, 그리고 결과에서 양성이 균등하게 혜택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만족도 증진을 위해서는 복지를 포함한 모든 분야가 성인지적 관점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즉 여성과 남성의 차이와 특성을 고려해 추진돼야 하고 이러한 필요성은 사람을 다루는 복지분야에서 더 절실하다는 생각에서 이런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최근 들어 남성들로부터 여성의 지위가 너무 높아졌다는 '걱정'도 많은 것 같은데요.

▲여성의 지위가 걱정할 정도로 높아졌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데 좀 왜곡이 심한 것 같습니다. 여성이 많은 분야에 진출한 것은 맞지만 거의 모든 분야에서 높은 지위는 남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성격차 지수 측정에서 우리나라는 135개국 중 107번째입니다. 경제성장에 비해 매우 부끄러운 현상이지요. 이러한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국가 발전은 매우 암울하다고 봅니다.

-여성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겠지요?

▲이제 남성만으로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수 없고 남성만으로 충남도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아직도 정치하시는 분들, 특히 남성들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저는 여성의 참여와 여성적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적극적 노력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고 봅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라는 국가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과 관행, 그리고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면서 남녀관계, 결혼과 출산, 부모와의 관계 등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변화, 유연한 자세 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원장님이 특별히 추진하시는 사업이 있는지요?

▲저는 취임하면서부터 시ㆍ군 단위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을 지역발전의 주역으로 성장시키고자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시ㆍ군별로 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을 묶어 '참여넷(참여하는 여성 네트워크)'을 구성하고, 이들이 시ㆍ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각자 활동하는 것보다 함께 모여 논의할 때 역량도 커지고 지역발전에 대한 기여도 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는 탈북 여성, 미혼모들은 관심은 커녕 차가운 사회적 시선과 편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당당한 시민으로 살 수 있도록 이들의 복지와 인권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촉구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발원에서 하는 연구 결과가 궁금합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개발원이 창립 13주년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개발원이 도민과 직접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고 주로 조사, 연구, 교육 기능을 하다보니, 또 지리적으로 동학사 옆 계룡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관계로 도민들이 접근하기도 힘들고, 알기도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존재감을 높이고 도민과 좀 더 긴밀한 소통을 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중도일보 등 지역신문에 열심히 글을 싣고 있습니다. 또한 기관 사업현황과 정책동향을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홍보하고 있습니다. 저도 열심히 시ㆍ군을 돌며 단체, 기관장, 그리고 특히 지역 여성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지요.

▲이미 우리 사회도 남녀가 함께 벌지 않으면 힘든 사회가 됐습니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기 위해서 여성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지만 가정에서 여성에게 전담시켰던 가사와 육아에 대해 가족 구성원이 함께 분담하고 책임지는 생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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