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하]마에스트로 김, 건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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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하]마에스트로 김, 건승!

[교육단상]김금하 공주봉황초 교사

  • 승인 2012-07-03 14:12
  • 신문게재 2012-07-04 20면
  • 김금하 공주봉황초 교사김금하 공주봉황초 교사
▲ 김금하 공주봉황초 교사
▲ 김금하 공주봉황초 교사
아이들이 이틀 후로 다가온 수련활동 장기자랑을 위해 교실 앞쪽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단소 연습을 하고 뒤쪽에서는 유연한 허리돌리기가 한창이다. 제각각 현재에 충실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재작년 폐인을 자처하며 열광했던 TV 예능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개그맨, 격투기 선수, 일반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합창단을 만들어 가는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는데 합창단에 대해 개인적인 관심이 많지 않았음에도 열광했던 까닭은 '보잘 것 없던' 합창단을 점차 '볼만'한 합창단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각각 팀원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소질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장점을 최대화시켰던 사람, 박칼린 감독이었다. 그녀의 지휘 아래 팀원들은 최상의 하모니를 위해 각자의 목소리를 조절하고 상대를 배려했다. 그 과정을 보는 내내 나는 '인간 승리'라는 대리만족을 얻었고 마음을 울리는 감동은 그 후 몇 주 지속해 일상의 행복으로 이어졌다.

팀원과의 관계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임을 눈빛으로, 행동으로 보여주고 자기의 역할을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이끌었던 사람. 그녀가 보여주는 진심 어린 작은 표현들이 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박칼린 감독의 중요도 1순위는 '사람'이었다. 합창단에서 각자 다른 역할을 맡은 '사람'이 자기가 맡은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노력해야 비로소 '합창'이 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학생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첫날, 해마다 썰물처럼 밀물처럼 아이들을 보내고 다시 맞이하는 일을 거듭하지만, 새 학년 첫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늘 새롭기만 했다. 첫날 교실에 가지런히 숨을 죽이고 앉아 있는 아이들의 빛나는 눈빛은 그들이 보내는 '준비 완료' 신호다. 그 신호에 화답할 수 있는 나의 선물은 '좋은 선생님'이다.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각자 가진 특성을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추고, 성실하게 수업준비를 하고, 아이들은 나를 믿고 의지하며 신뢰하는 선생님. 좀 더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내가 맡은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는 '좋은 선생님'.

교육자의 교(敎)자는 사랑의 매를 들고 아이들을 일깨우는 모습에서 유래한 글자다. '공부하도록 다그치다'(urge pupils to study)가 본뜻인데, 요즘엔 '이끌다'(giving guidance) '가르치다'(teach) 등으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 조벽 교수는 교육자는 교육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했다. 그가 교육의 승패는 교사에게 달렸으며 교육자는 교육의 시작이고 끝이라고 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지식을 전해 받으려 교실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받아들이려 교실에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학생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것을.

합창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을 아름다운 하모니를 낼 수 있는 팀으로 변화시킨 것은 박칼린 감독이 지닌 내부의 힘이었다. 내가 맡은 아이들의 미래도 내가 어떤 교육관을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해맑은 웃음을 간직한 긍정의 에너지가 잠재된 에너지와 어울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어떤 하모니를 낼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가진 싹이 잘 자라서 불협화음 걱정 없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이길 바란다. 나는 이름값 하는 유명한 마에스트로가 되진 못해도 나 자신에게, 우리 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마에스트로가 되길 소망한다. '소비적 교육 경험'에서 '생산적 교육 경험'으로 변화되고, '완성된 모습'에서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맛볼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은 시작되었다. 김 선생, 건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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