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대]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임기대]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

[문화 초대석]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12-07-01 13:28
  • 신문게재 2012-07-02 20면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주 5일제, 주 40시간 근무, 2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 명) 가입. 최근 들어 우리사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이 수치는 바로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수치만 놓고 볼 때 우리는 선진화된 국가에서 아주 잘 살고 있음을 느껴야 하는데, 불행히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행복지수는 36개국 중 24위, 게다가 미래 세대들인 청소년들에게는 더 암울하다. 외형상 늘어난 여가 시간과 삶의 수준 향상이 한국 사회에서 엄청난 삶의 변화를 이루었는데도 말이다.

한국인의 여가 시간과 삶의 수준 향상은 21세기 가장 큰 '문화혁명'이다. 그래서 더 놀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하고, 사람들이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1960~70년대를 살아온 분들은 경제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많아 문화를 얘기하면 여전히 먼 나라 얘기다. 필자처럼 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486세대'는 군사 독재정권과 맞물려 있어 행복과 재미를 따라 다닌 사람들은 좋지 않은 시선이 따라 다녔다. 그런데 이들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이끌고 가는 기성세대들이다. 그들은 분명 근면하고 성실하게, 때로는 사회적 불의에 저항하며 싸운 한 국가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식 잘 해먹이고 가르치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였기에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이 진정 행복해할까.

필자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은 놀 줄, 아니 더 구체적으로 문화를 갖고 놀 줄 모른다. 필자 또한 문화를 갖고 논다는 생각을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유럽에서의 유학 생활이 문화에 대해 한국과는 완전 다른 생각을 갖게 했지만, 그것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흔히 21세기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내재되어 있는 '근대성'(modernism)과의 대면,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레드콤플렉스'에 대한 이해, 무엇보다 내 자신의 내면과 끊임없는 충돌을 반복케 한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갖게 되면서 진행되었다.

놀 줄 모르는 인간을 걱정했던 인물이 있다. 요한 하위징아(1872~1945)인데, 그는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것은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의 충동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한다.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을 말한다. 그 놀이는 '내적 동기',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행동을 유발한다. 그래서 '내적 동기'에 의한 놀이는 가장 만족스럽고 재미있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그들은 항상 즐겁게 노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웬 노는 타령이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경제를 살리기 위해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는데 수긍하는 국민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21세기 국가 경쟁력이 어디 있는지를 몰라, 그저 경제가 어려우면 불안할 뿐이다. 그러니 문화를 통해 즐기고 놀고 할 겨를이 없고, 기껏해야 남을 의식한 사교적 형식의 문화예술을 즐길 뿐이다. 필자 같은 486세대 또한 놀아본 바가 없다. 오로지 사회정의와 독재 타도를 부르짖던 그들은 여전히 당시의 가치관을 갖고 소리칠 뿐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라.

그런데 우리 대전에서 정말 잘 노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가 보기에 그들이야말로 미래 대전의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갈 중요한 자원들이다. 그들은 산업화사회의 문화가 아니라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문화를 즐길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개개의 분자들로, 모두 각기 움직이며, 사안에 따라 수많은 '접속'과 '배치'를 이루어가고 대전의 새로운 문화적 지평을 확장해가고 있다. 그 지역 상권도 덩달아 활성화되고 있다. 그들을 보노라면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문화를갖고 어떻게 놀아야 할지 주목하게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3.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4.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1. KT&G 상상마당 제7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설공찬' 최종선정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