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겸훈]우리는 정의로운 사회에 살고 있는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겸훈]우리는 정의로운 사회에 살고 있는가?

[중도프리즘]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승인 2012-06-28 14:29
  • 신문게재 2012-06-29 21면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나 자신에게 물어왔던 질문이 있다. 지금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에 살고 있는가? 솔직히 고백컨대 나는 이 질문에서 심오한 철학적 의미를 찾고자 했던 것도 아니고,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과로 얻어진 질문도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내 맘속에서 이 질문이 사라졌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전혀 정의롭지 못하다.

우리는 불법증여와 국가예산의 편법집행 등 너무나 명백한 위법사실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를 직접조사 한번없이 전원무혐의 처리한 '내곡동 사저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검찰이 재수사까지 했으면서도 최고책임자를 밝혀내지 못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결말은 소가 웃을 정도다. 이 사건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 불법사찰이었다는 점만으로도 엄중하다. 그리고 사건과 관련하여 당사자로부터 나온 각종 증언과 명백한 증거자료가 널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결과를 접한 국민들은 의혹만 더 키우는 모습이다.

정의의 핵심은 공정과 원칙이기에 천칭저울과 칼로 상징된다. 이러한 상징은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인 '디케'와 '유스티치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두 정의의 여신 각각의 손에는 천칭저울과 칼이 들려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반면 '디케'와 달리 '유스티치아'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다. 천칭저울의 공정함과 칼의 단호함을 모든 이에게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이 정의라고 할진대는 '유스티치아'의 상징성이 한수 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검찰이나 법원의 로고에도 정의의 상징중 하나인 천칭저울이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그러나 우리 법원에서는 칼 대신 법전을 들려줬고 눈도 가리지 않았다. 검찰도 대나무로 단호함을 대신하고 있을 뿐 눈을 가린다는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명박 정부 들어서 우리 검찰의 손에 쥐여진 정의의 칼이 단오해져야 할 때 상대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여왔다. 행복한 국민을 위한 정의로운 검찰이 보여줄 모습은 아니었다.

이제 국민들의 가슴에서 시나브로 꺼져가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의 불꽃을 우리가 지펴야 할 때다. 이 희망의 불꽃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사회가 정의만 가지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가령 현재 우리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을 보자. 파업을 비판하는 이들은 국가경제사정이나 기업의 투자여건을 지적하면서 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있다는 식이다. 그런데 노동자 없는 기업 또한 있을 수 없다. 통계에 따르면 화물노동자의 월평균 노동시간이 320시간이라고 한다. 주 5일근무제가 시행되고 있고 법정 노동시간이 8시간인점을 감안하면 살인적인 노동시간이다. 우리는 그들의 파업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요구나 주장을 관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해야 옳다. 그들도 국민이다.

요즈음 나는 대전의 한 대학에서 내건 광고카피를 본 후 큰 영감을 얻었다. 청소아줌마가 아니라 우리 어머니 입니다! 이는 그 대학에서 일하시는 환경미화원을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인정하는 따뜻한 배려의 한 실천운동이다. 서울시에서 잡상인을 '이동상인'이라고 호칭키로 해 국민의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이 두 가지의 상황에서 우리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도 따뜻한 인간미 넘치는 정의로운 사회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원칙에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것이 정의를 실천하는 것으로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대상도 변한다. 국민들이 모두 행복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이웃을 배려하고 이웃의 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여유가 아쉬운 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