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수산물도매시장(사진 왼쪽)과 유사시장의 모습. 수산물도매시장은 매대 중심의 소매로 전락하고 유사시장이 도매를 대체하고 있다. |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먹는 수산물 대부분이 유사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실정이지만, 수산도매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25일 오전 6시. 한밭대로를 두고 오정수산물도매시장과 길건너 유사수산물도매시장의 풍경은 뒤바뀐 도매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대전의 유일한 수산물도매시장은 손님이 없어 한적한 가운데 매대에 얼음을 깔고 수산물을 진열하며 하루장사를 시작하고 있었지만, 길건너 유사시장은 각지에서 모인 중개상들이 트럭에 수산물을 싣느라 분주했다.
또 도매시장에서는 손님들이 고등어와 조개 등의 수산물을 작은 봉투에 담아가는 게 전부인 반면 유사시장의 수산물 전문상가 26개는 중개상인과 십수 개의 박스 단위로 거래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수산물 중개상인들이 유사시장과 거래하면서 오정수산물도매시장은 일반 시민의 소매시장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유사시장에는 박스 단위로 수산물을 받아다 전통시장과 단체급식에 납품하는 지역의 중개상인들이 트럭으로 줄지어 있었다.
유사시장에서 만난 박형국(57) 씨는 “아파트단지를 돌며 판매할 수산물을 거의 유사시장에서 구입하고 있다”며 “오정수산물도매시장은 우리가 거래하기에 가격이 안 맞고 구색도 다양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정수산물도매시장이 현장 경매방식의 유통은 적고 가격이 정해진 정가수의매매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확인한 오정수산물도매시장의 5월 중 3일간의 거래실적을 보면 도매시장 내에서 경매가 이뤄진 수산물은 전체 유통물량의 10% 남짓에 불과했다.
또 일부 수산물은 소수의 출하자가 도매시장 수산물 공급을 단독으로 공급, 도매기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산물도매시장의 중도매인 A씨는 “활어에 속하는 수산물은 한 곳의 출하자가 고정적으로 출하하고 있어 그의 물건이 비싸도 대안이 없어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매시장 법인 관계자는 “내륙지 수산도매시장은 정가수의매매가 일반적인 거래 형태이며 일부 수산물은 거래량이 적어 수산물을 공급하겠다고 나서는 출하자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영 수산물도매시장은 기능을 상실, 지역 수산물 대부분이 유사시장에서 유통돼 시민 식탁에 오르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출하자 다양화 등의 문제는 도매시장 법인의 역량에 달린 문제로 시가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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